북,고향 방문­이인모 송환 연계 고집/남북한 고위급회담 이모저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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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정 총리,북측 자랑 남포 서해갑문 방문/학생들 “주체사상 알리려고 영어공부”
○…남북한은 둘쨋날 공식일정을 모두 마친뒤 숙소인 백화원초대소 1호각에서 각 분과위별로 막후접촉을 벌였는데 정치분과위는 17일 오전 1시까지,군사분과위는 오전 2시반까지,교류협력분과위의 경우 16일 오후 10시반까지,핵통위는 오후 11시30분까지 각각 협상을 벌였다.
○…우리측 이동복대변인은 심야접촉후 17일 아침 기자들과 만나 『교류협력 분과위의 소관 부속합의서와 군사분과위의 소관 부속합의서는 완전 타결됐다. 그러나 정치분과위의 협상은 결렬됐다』고 말하고,『핵통제 공동위의 경우 협상에 진전이 없었다』고 밝혔다.
○…이 대변인은 이산가족 교환사업의 재개문제와 관련,『북측은 우리측이 핵문제와 경제문제의 연계를 철회하고 이인모노인 송환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체면」 때문에 교환사업을 성사시키는데는 어려움이 있는 것으로 말했다』고 전망.
○…이 대변인은 핵문제와 관련,『우리측의 대칭적 상호주의와 특별사찰을 북측이 계속 반대하고 있어 협상에 진전이 없었다』고 전하고 『우리측 입장은 북한에 대한 제3차 IAEA사찰 결과,한스 블릭스사무총장이 미신고된 시설 가운데 한곳이 군사목적용 이었다고 밝힌 점 등으로 보아 북한의 핵개발에 대한 의혹이 해소되지 않았다』는 견해를 피력.
○…정 총리는 16일 저녁 기자단 숙소인 백화원초대소 2호각에 들러 『이번 회담은 부속합의서 타결에다 이산가족 문제가 얽혀 참 어렵다』고 고충을 토로.
정 총리는 『북측 태도로 보아 이산가족 고향방문단 사업의 정례화도 가능하지만 이인모씨 송환이 연계돼 이번 회담에서 타결될지 불투명 하다』고 설명.
정 총리는 그러나 남북간의 최대 현안으로 남아 있는 상호 핵사찰에 대해서는 『북측의 입장이 전혀 변화 하지 않고 있다』고 전한뒤 『우리 입장은 반드시 군사시설을 포함시키겠다는 것이 아니라 남북상호간에 핵의혹을 가지고 있는 곳만 보자는 것』이라고 강조.
한편 정 총리는 청와대나 김영삼민자당총재로부터 「개각」과 관련한 연락을 받았느냐는 물음에 『전혀 없다』고 답변.
○…남북대표단이 17일 오전 3개 부속합의서 타결을 위해 비공식 회담을 갖는 동안 협상대표 및 수행원을 제외한 정 총리 등 남측 대표와 기자단은 북측대표의 안내로 북한이 「대역사」라고 자부 하는 서해갑문을 시찰.
평양에서 승용차로 한시간이 채 걸리지 않는 서해갑문은 남포∼은율 사이에 설치된 것으로 남포쪽에서 차량(2차선) 및 기차(탄선)가 들어갈 수 있도록 기반시설이 완비돼 일명 남포 갑문으로도 불린다. 북측의 관광명소가 된 서해갑문은 그들의 자부심을 반영하듯 김일성주석의 친필비를 비롯,건설 당시 모습을 형상화한 조각물,기념문주 등이 눈에 띄기도.
○…북한방송들은 16일 북측 대변인 안병수가 기자회견에서 ▲남북합의서의 기본정신 ▲남북관계의 성격 ▲남북 「실체인정」문제 등 남북한간 이견을 보이고 있는 부분과 관련해 「하나의 조선,민족 내부의 관계」라는 북측의 입장을 거듭 강조.
안병수는 이어 한국측이 주한미 핵기지 및 핵무기에 대한 사찰을 거부하고 북한의 핵사찰을 계속 문제시 하고 있는데 대해 비난하면서 노부모 방문단 교환사업의 무산책임을 남측에 전가.
○…정원식국무총리를 비롯한 남측대표와 수행원·기자들은 방문 이틀째인 16일 오후 4시40분쯤 평양시 보통강구역 신원동 평양 제1고등학교를 방문,40여분동안 학교시설과 학생들의 과외활동을 둘러보고 대형 괘종시계를 기념품으로 전달.
○…지난 84년에 김정일비서의 특별지시로 설립됐다는 평양 제1고등학교는 학생수가 1천8백명으로 비교적 좋은 시설과 기숙사가 있어 알려진대로 지도층 자녀들의 영재교육을 위한 특수학교.
남측대표단이 방문한 각종 실습장 입구에는 「친애 하는 김정일비서가 85년 4월29일에 다녀가신 방」이라는 현판이 걸려있어 눈길.
대표단 일행이 외국어 교육실을 찾았을때 12명 가량의 학생들은 영어수업에 임하고 있었는데 『무엇 때문에 영어를 공부하느냐』고 묻자 한 학생은 『위대한 주체사상을 세계에 알리기 위해 영어를 배운다』며 막힘없이 영어로 응답.
○…정원식총리 등 우리측 대표단과 기자·수행원들은 오후 6시부터 대동강변의 동평양극장으로 이동해 음악과 무용으로 꾸며진 공연을 관람.
미리 극장안에서 대기하던 1천5백여 시민들은 정 총리와 연 총리가 나란히 입장하자 박수로 대표단을 환영.
1시간20여분동안 계속된 이날 공연은 주로 『노들강변』 『까투리』 등 우리 민요 위주의 노래와 간편한 한복차림의 민속무용으로 꾸며져 대표단의 박수를 받았다.
정 총리는 특히 공훈배후 송영태의 독창 『동해의 달밤』 『배나무집에 경사났네』가 끝난 후에도 한참동안 박수.
관객들은 12명의 무용수들이 키를 들고 「키춤」과 물항아리를 머리에 인채 잇따라 회전을 한 무용 「샘물터에서」를 부드럽게 해내자 환호.
이날 공연은 13가지 레퍼터리의 출연자 전원이 무대를 가득 메운채 『우리의 소원은 통일』합창으로 마무리 됐는데 합창이 계속 되는 동안 관객과 남북의 대표단은 함께 박수로 노랫가락을 맞춰 공연분위기는 절정.
이날 종합공연이 베풀어진 동평양대극장은 89년 5월18일에 준공됐으며 무대넓이만 2백평방m가 넘는 대형극장으로 무대이동 장치와 오디오시스팀은 현대식으로 갖춰진 것이라고 극장 관계자는 설명.<평양=김영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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