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쾌해하던 청와대 대세수용/노­YS 문책개각 조율 안팎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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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우여곡절끝 「연기 늪」 탈출 공동보조 합의/이 충남지사 반발커 구속않고 입건·해임
그동안 관권선거 파문수습에 고심해온 청와대와 민자당은 16일 김 총재의 기자회견으로 여권이 취할 수 있는 큰 매듭을 지었다.
청와대는 『이번에도 또 밀렸다』는 허탈감이 있긴 하지만 대세의 불가피성을 수용했고 김 총재측은 고단위처방을 주도해 「연기 늪」에서 빠져나오려는 노력을 했다.
○…청와대와 민자당,좀더 정확히 말해 노태우대통령과 김영삼총재가 대폭 개각에 합의하기 까지에는 상당한 진통과 우여곡절이 있었다.
노 대통령은 김 총재측으로부터 일방적인 문책개각요구가 터져나오자 처음엔 상당한 불쾌감을 표시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청와대는 사법처리부분이 제대로 모양새를 갖추지 못한데다 국민여론이 관권선거 혐의를 받는 쪽으로 기울자 정치적 해결이 불가피하다는 대세를 인정하고 YS카드를 받아들였다.
인책협상 과정에서 노 대통령은 특히 서동권·이상연 전·현안기부장이 정권유지의 중심기둥이란 점에서 대단히 곤혹스러워했다는 것이다.
김 총재의 고위측근에 따르면 이·서 현·전안기부장은 비교적 일찍 김 총재에게 『사태수습을 위해 책임질 용의가 있다』는 점을 밝혔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정조정에서 서 전부장(현대통령정치특보)은 현직이 단순한 대통령자문역이고 당시 안기부장까지 책임테두리안으로 끌어들일 필요가 있느냐는 지적이 강하게 대두돼 아직 인책여부가 미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가 「YS후보만들기」에 공이 큰 점이 인정되리란 분석도 있다.
김 총재는 이 부장에 대해 남북고위급회담의 진행중에 우리측 전략사령탑을 바꾸는게 부담이고 대선을 3개월 앞둔 시점이어서 어려움이 있지만 크게 봐 경질을 결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총재측은 조직책임론을 원용,일단 현안기부장(이상연) 전·현내무장관(이상연·이동호)은 일찌감치 경질대상으로 잡았고 이동통신 파동으로 물의를 일으킨 송언종체신장관도 포함시켰다.
김 총재가 제일 어려움을 겪은 대목은 이종국지사에 대한 사법처리문제. 김 총재측은 이 지사 구속원칙을 밀어붙였으나 이 지사는 「억울함」을 토로하며 상상이상으로 반발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김 총재의 한 고위참모는 『이 지사의 사법처리가 없을 경우 사태해결 함량이 다소 떨어지는게 사실이나 개각의 폭을 넓혀 보완될 수 있다』고 배경을 전했다.
○…4부장관을 경질한 6·25개각을 6공의 마지막 개각이라고 했던 청와대 관계자들은 개각이 현실로 다가오자 망연자실하는 분위기.
이런 가운데 청와대는 18일 오전 노태우대통령­김영삼총재 회동,18일 오후 평양에서 귀환하는 정원식총리의 제청절차를 밟아 개각을 단행한다는 수순을 정리했다.
15일 아침까지만해도 『개각은 말도 안된다』던 청와대 관계자들이 개각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인 것은 이날 오전 노 대통령이 정해창비서실장·서동권정치특보·김중권정무수석 등과 일련의 대책모임을 가진 직후부터.
개각대상과 관련,청와대 관계자들은 신문에 보도된 것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 것 아니냐고 말해 이상연안기부장·이동호내무장관 등이 포함될 것임을 시사했다.
이들 관계자들은 개각폭에 대해 선거의 양대축이라 할 수 있는 안기부장과 내무장관이 총선 및 정치적 물의에 대한 문책대상이 되고 있는 판에 숫자가 대수냐며 단순수치로 비교될 수 없을 만큼 정치적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그러나 이종국충남지사의 사법처리는 구속은 하지않고 형사입건하는 것이 좋겠다는 검찰의견에 따라 해임선에서 마무리짓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지사에 대해서는 이같은 법적 문제뿐 아니라 구속처리할 경우 일반공무원의 사기에 결정적인 악영향을 끼친다는 점도 고려됐을 것이라는 추론인데 이에 대해서는 김 총재측도 양해했다는 것이다.<김현일·김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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