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북아 주도권싸고 “힘겨루기”/미­중국(탈냉전시대 새지역갈등:2)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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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중 군비증강·무역 불균형 미 불만/79년 수교이후 최악의 외교대결
중국은 소련이 건재하던 85년까지만 해도 사회주의권에서 독자외교를 표방,미·소 동서냉전구도의 완충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소련이 와해되고 동구사회주의가 붕괴되면서 상대적으로 중국이 급부상,미국의 「신세계질서」와 부닥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미·중의 대립은 89년 천안문사건에 따른 인권문제로 싹트기 시작,중국의 군사력강화와 미국의 대대만 F­16전투기 판매결정으로 첨예화되고 있다.
미국은 중국이 러시아로부터 최첨단 S­27전투기 24대,우크라이나로부터 항공모함 구입을 추진하면서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군사력 경쟁의 의미가 줄어든 「신세계질서」속에서 중국의 군사력강화는 지역불안을 증폭시킬뿐이라는 것이 미국의 시각이다.
미국이 60억달러에 달하는 최신예 전투기 F­16 1백50대를 대만에 판매하기로 결정한 것은 중국의 군사력 증강에 대한 대만카드활용으로 분석되고 있다.
미­중관계의 악화에는 중국이 경제개혁을 시작하면서 미국의 무역최혜국대우를 최대한 이용,1백27억달러의 대미무역흑자(91년)를 기록하고 올해에는 흑자폭이 2백억달러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는 등 경제적 갈등도 크게 작용하고 있다.
미국은 중국이 엄청난 대미무역흑자에도 불구하고 군사·외교적으로 비협조적인데 대해서도 강한 불만을 표시해왔다.
중국은 최근 미얀마에 해군기지건설 지원을 약속함으로써 중국의 인도양진출이라는 우려를 자아냈고 미국의 반대를 무릅쓰고 이란에 핵발전용 원자로 판매를 결정했을 뿐 아니라 제3세계에 대한 무기판매를 계속해 미국의 신경질적인 반응을 촉발하기에 이르렀다.
양국은 이번주 북경에서 무역회담을 재개,무역전쟁을 막기위한 절충작업에 들어갈 예정이나 전망은 극히 어두운 편이다.
미국이 천안문사태 이후 중국의 인권문제를 계속 부각시키면서 중국의 국제사회입지 약화를 시도한 것도 중국의 비협조에 대한 견제라는 시각도 있다.
미국이 대공산권수출통제위원회(COCOM)의 규제대상국에 북한·베트남과 함께 중국을 묶어둔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이런 점에서 볼때 미국은 79년 미­중수교 이후 최악의 대중외교갈등을 겪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미국이 아시아는 물론 세계전략에서 중국을 적으로 돌릴 수는 없다는 한계와 중국 또한 경제개혁에서 미국시장을 잃을 수 없다는 상호이해관계가 저변에 깔려 있어 동서냉전같은 대결구도가 나타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는 미­중관계가 이데올로기 대결이 아닌 국익보호차원의 경쟁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미­중관계는 케이스 바이 케이스로 양보와 거부가 교차하는 가운데 충돌과 화해의 반복을 계속할 것이다.
이같은 미­중의 국익우선 대결이 더욱 노골화될 경우 이는 동북아질서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이며 이는 한국에도 적지않은 파장이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워싱턴=문창극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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