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류독감 파장] 120석 청둥오리탕집 손님은 8명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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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낮 12시30분 서울 종로구 수송동의 K청둥오리집. 주변 음식점은 점심식사를 하러 온 직장인들로 북적였지만, 20년 전통을 자랑한다는 이곳은 유난히 한산했다.

점심시간인데도 3층짜리 건물 1백20석은 거의 비었다. 손님은 늦은 점심식사를 하러 온 주변 상인 3명과, 이제 막 식사를 마치고 계산을 하는 H사 직원 3명 등 6명이 전부였다.

식당 주인 金모(60)씨는 "오늘 점심시간에 받은 손님은 모두 8명으로 매출은 10만원이 안 된다. 20년 동안 장사하면서 이렇게 파리를 날리기는 처음"이라고 말했다.

저녁 시간도 썰렁하기는 마찬가지. 평소 3~4팀 50여명 규모로 예약 손님을 받아 2층은 물론 3층까지 꽉 찼으나 이날은 손님이 4명뿐이었다. 지난주 예약한 두 단체 20여명은 전화로 취소됐다. 요 며칠 새 예약 문의 전화는 단 한 통도 걸려오지 않았다고 한다. 그래서 5명의 종업원을 다 쉬게 하고 단 한 명만 일하고 있다.

벽에는 '오리고기와 조류독감은 무관하며, 75도 이상 가열해서 먹으면 안전하다'는 내용의 신문기사가 붙어 있다. 주인 金씨가 자구책으로 붙였다고 했다. 점심 시간 중구 명동의 B삼계탕집. K청둥오리집보다는 좀 나은 편으로, 20여명이 삼계탕을 먹고 있었다. 하지만 주인 李모(62)씨는 "손님들 대부분이 일본인 관광객"이라고 말했다.

가장 손님이 많은 정오쯤에도 2백석 가운데 30여석이 비었다. 李씨는 "평소 같으면 적어도 10분 이상은 기다려야 자리가 날 정도였다"고 했다. 그는 "조류독감 뉴스가 보도되면서 매상이 30% 정도 줄었다"고 한숨을 쉬었다.

부근 직장에 다닌다는 손님 金모(42)씨는 "망설이다 '닭고기는 끓이면 괜찮다'는 보도를 읽고 친구와 함께 왔다"면서도 "내심으론 찜찜한 기분이 가시지 않는다"고 말했다.

퇴근시간 직장인들이 자주 찾는다는 명동의 Y치킨집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지난주 조류독감 발생 보도 이후 매상이 절반으로 떨어졌다. 그나마 '가열해서 먹으면 괜찮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다시 손님이 들기 시작했지만, 아직 매상은 평소보다 3분의 2 수준이다.

단체 급식을 하는 곳에서는 아예 닭고기를 메뉴에서 뺐다.

서울대 생활협동조합의 이연승 영양사는 "고온에서 요리하면 인체에 무해하다는 걸 알지만 만약을 대비해 지난주부터 학생식당 메뉴에서 닭고기를 제외했다"고 말했다.

이철재.고란 기자

<사진설명전문>
전국으로 확산될 기미를 보이는 조류독감으로 닭고기.오리고기 음식점의 매출이 급격히 하락하고 있다. 22일 서울의 한 삼계탕 집이 점심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손님이 없어 썰렁하다. [박종근 기자<jokepar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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