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서운 아이」 차지혁/세차례 결혼 사기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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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학력속여 부유층딸에 접근/거액 사업자금 뜯어내
「대통령이 되겠다는 꿈」을 지닌 「야심만만한 젊은 기업가」 차지혁씨(38·본명 차외수)가 결혼을 미끼로 부유층 처녀들에게 거액의 사업비를 뜯어낸 파렴치범으로 밝혀졌다.
「출고에서 폐차까지」를 기업 이념으로 내걸고 90년 4월 트리피아라는 상호로 자동차업무종합대행사 (주)시티플랜을 창립한 차씨는 한때 「무서운 아이」로 재계의 주목을 받았으나 회사 설립 16개월만에 부도를 내고 1년간 숨어 산끝에 초라한 정체를 드러낸 것이다.
차씨는 검찰에 붙잡히기 직전까지도 리베이트유통방식을 도입한 (주)에이스뱅크 명예회장으로 이 회사 가맹 백화점에서 물건을 구입할 경우 30% 할인해주겠다며 회원을 모집하는 등 마지막까지도 「재기」를 위해 안간힘을 써왔다.
차씨가 본격적으로 결혼빙자 사기극에 나선 것은 90년 3월 사기죄로 징역 2년·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고 출소한뒤 중매인을 통해 K대의대 K모교수의 딸(32)을 소개받았을 때부터.
국졸학력의 차씨는 자신을 미 예일대 경영학박사라고 소개하면서 결혼할 것처럼 믿게한뒤 K양의 어머니(59)로부터 사업자금 명목으로 모두 2억4천여만원을 받아냈다.
K교수는 차씨가 90년 11월 (주)한국진흥통신과 계약금 2억5천만원에 컴퓨터임대차계약을 체결할때 보증까지 섰고 결국 91년 8월 트리피아가 부도를 내자 한국보증보험회사에 이 돈을 변제한뒤 빈털터리가 되고 말았다. 차씨는 90년 10월 역시 중매인을 통해 N골프장 사장딸(31·K대 강사)에게 접근,91년 4월까지 6천8백만원을 뜯어내 사업자금으로 쓰기도 했다.
차씨는 91년 5월 자금부족으로 위기에 몰리자 골프장 사장딸에게 『자금사정이 최악이다. 다른 여자와 결혼하는 체하면서 축의금이라도 챙겨 부도를 막아야 한다. 그러나 진짜 결혼하는 것은 아니니 안심하라』고 입막음한뒤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하객 5천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부동산재벌딸 J모양과 초호화판 결혼식을 올려 축의금 2억5천만원을 챙겼으나 3일만에 파경에 이른 것으로 알려져 있기도 하다.
IQ 1백74라는 본인의 주장이 어색하지 않을 정도로 명석한 두뇌,풍부한 아이디어,구두닦이·신문팔이 등 밑바닥 삶을 통해 다져진 두둑한 배짱을 밑천삼아 차씨는 특허출원 40개,경영이벤트,선거기획,소설·희곡 집필 등 다양한 경력의 소유자로 알려져 있으나 이중 상당 부분은 사실과 다르거나 과장됐다는 것이 수사 관계자의 말이다.
차씨는 또 회사설립후 10개월동안 신문·잡지 등과 1백90여차례 인터뷰했는가 하면 주요일간지에 여섯차례나 대형 이미지광고를 내는 등 「유별난」 행동으로 관심을 끌기도 했었다.<진세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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