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반 20명, 전 과목 토론 수업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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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호 05면

분당 이우학교 중학교 3학년 학생들이 영어회화 시간에 토론하고 있다. 최승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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新엘리트스쿨 꿈꾸는 이우학교

이우학교에는 학년별로 1년에 한 번 ‘이우법정’이 열린다. 학생회 사법부장이 재판장을 맡고 학생들이 검사·배심원이 된다. 흡연, 머리 불량, 시험 부정행위, 음주, 실내화 미착용, 지각 등의 일탈 행위로 적발된 학생을 이 법정에서 징계한다.
얼마 전 법정에서는 지각한 학생에게 ‘지각하지 말자’는 종이를 일주일간 목에 걸고 다니게 하는 벌을 내렸다.

이우법정은 ‘스스로 하자’는 이 학교의 모토에 따라 만든 독특한 자치제도다.
2003년 9월 개교한 이우학교는 수업 방식도 남다르다. 모든 수업을 토론식으로 진행한다. 토론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 한 반 학생이 20명을 넘지 않는다. 무작정 토론하는 게 아니라 스스로 생각하기, 친구와 함께 생각하기, 선생님과 함께 생각하기 3단계로 진행하면서 사고력을 키운다. 수업 시간이 일반 학교보다 훨씬 많다. 중·고교 모두 방학 때는 주제에 구애 받지 않고 탐구 보고서를 내야하고 졸업 논문을 작성해야 한다.

수학도 공식과 문제 풀이 방식을 가르치는 게 아니라 철학을 가미해 학생들이 원리를 스스로 터득하도록 유도한다. 전국 사범대생들이 수시로 이우학교를 방문해 독특한 수업 방식을 배우고 간다.

이우학교 교사들은 어느 학교보다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매달 일곱 번 교사들이 학년별로 모여 효율적인 수업 방식을 토론하고 연구한다. 여기에서 농사·생태·비정부기구(NGO)·목공 등의 교과과정을 끊임없이 개발한다. 학생보다 더 열심히 한다.
학부모들도 진로 지도, 동아리 활동, 방학 과제 탐구, 수업 연구회 등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2년마다 실시하는 학교 평가를 주도한다. 이우중학교에 가려면 1차 서류 심사(학생부, 학생·학부모 자기소개서, 교사 추천서)를 통과해야 한다. 자기소개서에는 봉사활동 내역을 담아야 하고 이 소개서가 서류전형의 50% 비중을 차지한다. 2차에서는 학생과 학부모가 면접을 봐야 하고 학생은 2~3일 합숙한다. 학부모 면접을 매우 중시한다.

고등학교는 1차 서류는 중학교 과정과 같고 내신성적을 40% 반영한다. 2차에서도 학생·학부모가 한 시간씩 면접을 봐야 한다.

정광필 교장은 “좋은 대학에 가기 위해 우리 학교에 오면 수업 진도를 맞추지 못해 일반학교나 특목고로 돌아가기도 한다”고 말했다.

입학금은 70만원, 수업료는 연간 480만원이다. 기부금은 학부모 판단에 맡긴다. 학생의 10%는 저소득층, 사회 공헌자 등을 전액 장학생으로 뽑는다. 100인의 설립자 중 한 명인 강지원 변호사, 노무현 대통령의 측근인 안희정씨,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이 학부모다.

이우학교는 학비가 비싸고 학부모의 소득수준이 높은 것과 입학 전에 ‘봉사과외’가 성행하는 점 때문에 ‘귀족학교’라는 비판을 받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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