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교섭 막후주역 권병현대사 인터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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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수교사실 대만이 터뜨리게 했죠”/4월의 한중 외무회담이 시발점/걸림돌 북한은 중국서 미리 제동
『교섭과정은 비밀로 하기로 중국쪽에 약속을 했습니다.』
한중수교의 막후주역이라고 외무부가 공식 발표까지 한 권병현본부대사는 24일밤 영빈관인 조어대의 제12관 2층 숙소에서 북경방문의 마지막 정리를 하던중 기자의 갑작스런 습격을 받고 먼저 질문의 범위에 한계부터 그으려고 했다.
『중국은 북한에 대한 신의가 있고,우리도 대만에 대한 관계가 아직 정립되지 않았다. 지금 얘기할 수 있는데는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상옥장관은 「최근에 외교경로를 통해」 대사님과 장서걸 중국 본부대사가 실무교섭을 진행했다고 말해 교섭이 대사 이전의 또다른 단계가 있었던 것 같은 느낌을 줬습니다. 예를 들면 길을 뚫은 조와 실무교섭을 한 조의….
『…분명히 확인해 줄 수 있는게 하나 있습니다. 지난 4월 제3차 한중외무장관 회담에서 조기수교가 바람직하다는데 의견의 일치를 보고 이를 위해 공동노력키로 했습니다. 이게 길을 뚫는 시발점이었습니다. 거기서 실무적인 심부름도 하고 마무리 되면서 결단을 내린건 이 장관이었지요. 그게 외무부에서 발표한 외교교섭 경로입니다.』
­대사께서 이 교섭에 뛰어든 것은 언제입니까.
『그건 오늘 대통령 담화를 보니까 3개월간의 교섭을 한 것으로 돼 있는데… 그걸 인용해주세요.』
­이번 수교 서명에 앞서 한번 날짜를 잡았다가 연기했었다는 얘기가 있는데….
『그때 당시의 보도는 정확지 않습니다. 중국에서 누구의 사위가 왔다느니,누가 어쩌고 하는 것은 인용할 가치가 없습니다. 외무부에서 밝힌 것은 그대로 믿을 수 있습니다. 이번 교섭은 다 밝혀져도 아주 깔끔하고,납득이 가는 정상적인 외교교섭이었습니다. 다만 비밀리에 했다는 것인데 중요한 교섭은 다 비밀 교섭이지요.』
­정상적인 외교라면 감출 이유가 있습니까.
『북한의 반발이 심한 모양입니다.』
­북한대사가 20일 일본 통신사에 이 장관의 23일 방중을 흘렸으니 그때는 중국이 통고했다는 것이겠죠.
『그렇다고 봐야죠.』
­중국이 북한에 알린 것이 한국이 대만에 통고한 그 무렵입니까.
『예,그 무렵일 겁니다. 그전엔 계속….』
­20억달러 경협설에 대한 의심이 계속되고 있는데….
『실무교섭을 담당한 사람으로서 분명히 말하겠습니다. 아무 전제조건 없는 조기수교,이게 수교의 원칙이었습니다. 중국도 단 한번도 경제협력이나 돈에 관한 요구를 한 적이 없고 거론한 적도 없습니다 』
­그러면 그 이전에 북한이 일본·미국과 관계정상화 하는 것에 연계시켰던 중국이 입장을 바꾸었다고 생각하십니까. 그 유인요소가 뭡니까.
『우리는 양국간에 국교수립한건지 북한이 어떤가는 논의사항이 아니었습니다. 거기에 대해 중국이 논의한 것도 없고 내가 느끼기에는 북한은 더이상 한중수교의 장애요인이 될 수 없다고 느꼈습니다. 중국이 북한 때문에 수교를 못한다고 하는 요인은 제거돼 있더라는 겁니다.』
­그럼 구체적으로 수교의 정서가 아닌 공동선언 형식을 취한 배경은 뭡니까.
『우리는 어느 것이건 좋다고 생각했는데 중국은 보통 공동성명서로 한다고 했습니다. 어느 것이나 효력에 차이가 없어요.』
­공동성명에서 「하나의 중국」을 몇번이나 중복 강조해 대만을 감정적으로 자극한 건 아닌가요.
『우리는 하나의 중국 원칙은 확실히 받았습니다. 그건 세계가 받아들인 거니까요. 대신 우리는 이 원칙하에서는 뭘해도 좋다는 중국측의 양해를 받았습니다.』
­대만 대사관 문제는 쉽게 해결된 겁니까. 어떤 사람은 그 부지가 20억달러에 이르러 대만이 그런 말을 한 것이 아니냐는 추측도 하는데.
『너무 예민한 부분이어서 시간을 기다려야 합니다. 지금은 이렇게만 말하겠습니다. 국제법과 관례가 있고,거기에 따라 처리해야 합니다. 원칙에 따르는 것만 확인한 겁니다.』
­중국은 대만대사관에 들어가면 되지만 우리는 어떻게 합니까.
『나름대로 노력한게 있는데 세월이 지나면 알게 될 겁니다. 우리도 응분의 노력을 했고,하고 있습니다. 진행중인 사항이니 여운을 남기죠.』
­그런 우리 대사관은 옮기지 않는 건가요.
『현재로서는 공간이 충분하고,직무수행에 지장이 없습니다. 중장기적으로 신경을 써야 합니다.』
­현재 서울의 중국 상회지부는 그대로 두고 대사관은 제3의 장소에 개설한다는데….
『우선 서대유대표의 관저에 대사관을 개설했다가 정식 입주할 겁니다.』
­이번 한중수교는 철저히 비밀이 유지된 것 같습니다. 대만에서 터지지만 않았으면 발표때까지도 모를뻔 했습니다.
『그건 일부러 대만이 터뜨리게 한 겁니다. 대만도 살아야죠. 이번 교섭과정에서는 대만신경을 많이 썼습니다. 경제 실체로서 대단히 중요합니다. 하나의 중국이라는 원칙아래서는 백지위임장을 받았습니다. 대만과의 비공식관계 협상은 중요한 의미를 갖습니다.』<북경==김진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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