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덕궁에 무대 설치" 특공작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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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26일 창덕궁 인정전에서 펼쳐지는 '왕조의 꿈, 태평서곡'의 무대 조감도.

창덕궁은 외부의 '손때'를 엄격하게 통제하기로 유명하다. 1997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덕분에 정해진 관람 시간에 안내원의 도움을 받아야 관람할 수 있을 정도다.

그 창덕궁이 공연 무대가 된다. 25~26일 열리는 궁중연례악 '왕조의 꿈, 태평서곡'(주최 문화관광부, 주관 국립국악원.국악문화재단)의 인정전 공연이다. 정조대왕이 어머니 혜경궁 홍씨를 위해 수원 화성에서 베푼 회갑연을 재연한 것으로 음악.소리.춤의 악가무(樂歌舞)가 일체를 이루는 작품이다. 덕수궁에서는 가족음악회가 가끔 열리고 경희궁 숭정전에서도 이달 초 뮤지컬 '화성에서 꿈꾸다'가 펼쳐졌지만, 창덕궁이 무대가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래서 문화관광부 전통예술팀 홍성운 사무관은 "'특공작전'에 가까운 계획이 필요했다"고 전했다. 우선 조명을 연결할 수가 없어 공연 시간을 해지기 전으로 앞당겼다는 설명이다. 평일 오후 5시30분에 공연이 시작되는 이유다.

"창덕궁 건물 자체를 이용할 수 없어 조립식 무대를 만들었다"는 무대감독 이태섭씨는 "망치질을 최소화하려고 궁리를 많이 했다"고 했다. 돌로 된 바닥 위에 설치되는 20x16m 규모의 무대 밑에는 돌이 긁히지 않게 고무와 합판을 댔다.

무대 세트를 설치한 21일에는 인부들에게도 특별지령을 내렸다. 현장 제작을 담당하는 김충신 씨는 "담배는 절대 소지하지 못하게 하고 궁 내에서 동선도 엄격히 따로 짰다"고 전했다. 인근 소방서에서는 비상시를 위해 인력을 동원할 방침이다. 모든 내용은 문화재청 내 '궁.능 사용 심의위원회'에서 결정됐고 세부적으로 계속 조율돼왔다.

초청공연으로 하기로 한 것도 훼손을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이다. 이틀 공연 총 1200석 중 일반인에게 개방되는 자리는 240석. 대부분 문화예술계 인사와 외국인을 초청했다.

국립국악원은 내년부터 이 작품을 일반 관객용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하지만 창덕궁이 다시 무대를 마련해 줄지는 미지수다. 창덕궁의 정현숙 홍보해설팀장은 "그간 수많은 공연 관계자들이 공연 허가를 요청했지만 모두 거절했다"며 "이번 무대는 전통문화 콘텐트 복원 차원에서 특별히 허가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호정 기자

정조대왕이 어머니 혜경궁 홍씨를 위해 베푼 회갑연을 재연한 '왕조의 꿈, 태평서곡'은 화려한 춤사위와 무대 장치·소품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국립국악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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