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문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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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일제 36년 해방과 더불어 미국 GI문화의 홍수, 6·25동란에 의한 우리문화의 혼돈을 거치는 등 오랫동안 외래문화에 압도되는 동안 우리의식의 한 모퉁이에 문화적 사대주의가 자리잡게된 것은 사실이다.
의료문화도 예의는 아닐 것이다. 우리나라 의료문화는 과연 어떻게 전승되어 왔는가.
말 그대로 우리의 의학은 출발부터 서양의학이란 명칭으로 그 씨앗부터가 우리 것이 아닌 서양에서 발아된 것을 수입·모방하여 우리에게 적용하면서 지금까지 오게된 것이다. 다행스럽게도 지금까지 서양의술이 우리에게 적용되면서 그 성과를 평가하는데 있어 만족할만한 결과였다고 자위는 하고 있다. 물론 그사이에 우리들이 겪어야 했던 시행착오와 끊임없는 연구개발노력이 없었던들 지금의 결과는 없었을 것이다. 요즘은 커뮤니케이션 기술의 발달로 선진국의 새로운 이론과 기술이 순식간에 우리문화권 안으로 잠입해 들어오고, 미처 그 새로운 것에 적응할 시간적 여유를 갖기도 전에 또 새로운 정보가 우리 머리 위를 덮치곤 해 심한 문화적 정체현상과 갈등을 겪지 않으면 안되게 되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들은 우리나라 안에서도 심한 의료문화의 격차와 정체현상을 보게 된다. 예를 들면 농촌과 도시의료문화 사이에서 너무나 큰 격차와 괴리현상을 볼 수 있다. 이런 현상은 의료행위를 문화적 측면에 놓고 생각할 때 그 문화의 커뮤니케이션이 잘 이루어지고 있지 않음을 말한다.
이리한 커뮤니케이션을 원활하게 할 수 있는 방안은 국가적 차원에서 의료정책의 획기적인 전환을 시도해야 함은 물론이거니와 더 근본적인 것은 우리 나름대로 의료문화에 대해 수정·보완하는 작업이 필요한 시점에 와 있다고 생각된다. 반드시 서양의학 교육방법이 훌륭한 것이며 그들의 치료방법이나 제도가 본받을 만한 일이라고만 생각하고 무조건 분별 없이 흡입하는 것만이 상책이 아님을 우리도 이젠 깨달아야한다. 의료문화에 있어「우리의 것」에 대한 새로운 관심과 시도가 필요한 시기에 와 있다는 생각도 든다. 이번에 마라톤에서 우승한 선수의 식이요법에 찹쌀밥(떡)이 큰 역할을 했다는 보도는 무엇을 암시하는 것일까. 분명치 마라톤은 서양으로부터 유래된 운동임에 틀림없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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