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노란 손수건' 평등방송상 대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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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드라마를 시작할 때만 해도 호주제가 악법인지도 몰랐습니다."

19일 오전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여성부 주최'제5회 남녀평등방송상 시상식'에서 대상인 대통령상을 받은 드라마 '노란 손수건'의 작가 박정란씨는 "이제는 호주제가 폐지돼야 한다는 확고한 신념을 갖게 됐다"고 밝혔다.

2월부터 10월까지 KBS 1TV를 통해 방영된 일일연속극 '노란 손수건'은 미혼모의 자녀 양육권을 둘러싼 갈등을 통해 호주제의 문제점을 사실적으로 그려내 사회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켰다.

주인공 자영 역을 맡았던 탤런트 이태란씨는 "미혼모인 자영이 키우고 있는 아들의 성을 생부가 갑자기 나타나 자기 성으로 바꾸겠다고 주장할 때 너무 화가 났다"며 "연기를 하면서 호주제로 고통받는 여성들을 대변해야 한다는 책임감도 느꼈다"고 말했다.

현행 호주제에는 미혼모가 키우는 아이의 성(姓)은 생부가 인지신고만 하면 무조건 아버지의 성을 따르도록 돼 있다. 하지만 현재 국회에 상정된 민법개정안에 따르면 미혼모 자녀의 성은 부모가 합의할 경우 원래 쓰던 성을 그대로 쓸 수 있다. 합의하지 못한 경우라도 가정법원에서 아이의 복리를 위해 어머니의 성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고 결정하면 이에 따라야 한다.

연출을 담당한 김종창 PD는 "시청자 대부분이 호주제의 부당함을 알게 됐다며 격려하는 의견을 보냈지만 몇몇 남성 시청자는 '여성부의 사주를 받은 것 아니냐'며 '길거리 다닐 때 조심하라'고 협박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한편 올해 남녀평등방송상 최우수상에는 CBS 특별기획 '21세기 백년지대계-미래는 아이들에게 달려 있다'가 선정됐다. 또 교양 부문 우수상에 ▶전주방송의 '남녀를 넘어 우리는 동기-부사관 임관 108일간의 기록'▶경인방송의 여성의 날 특집 '2003년 여자들의 선택'▶KBS 생방송 '시민프로젝트 나와주세요 제3회-생리대 면세하라'가 각각 뽑혔다. 오락 부문 우수상은 EBS의 'TV로 보는 원작동화-난 이제부터 남자다'와 MBC의 가정의 날 특집극 '제비꽃'이 각각 수상했다.

이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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