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걸음질 한국스포츠 위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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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바르셀로나 올림픽을 현장에서 지켜보면서 참으로 착잡한 심경을 가눌길 없다.
불과 4년전 서울올림픽을 그토록 성대하고 성공적으로 치렀건만 자꾸 초라해져가는 한국의 스포츠 위상에 대해 자괴감과 함께 일종의 허탈감마저 드는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서울올림픽을 계기로 lOC(국제올림픽위원회) 집행위원도 되고 이번 바르셀로나총회에선 영예인 IOC부위원장에 오르는등 발전이 있었지만 국제스포츠계에서 전체적 한국스포츠의 위상은 날로 변방으로 밀려나는 느낌이다.
이는 한국 스포츠 수준이 뒷걸음친다는 뜻이 아니다. 반대로 한국은 여전히 세계상위권의 경기력을 유지하고있다.
그러나 바르셀로나에와서 새삼 절감하는 것은 한국 스포츠가 너무 메달에만 치중한 나머지 정말 스포츠 강대국을 가름하는 바로미터인 스포츠 외교엔 너무 등한시하고있지 않나 하는 점이다.
이는 서울올림픽이후 한국이 유치한 주요국제대회가 사실상 전무한데다 이번 바르셀로나에서 뛰고 있는 일본·중국등의 움직임과 연관시켜 볼때 한국 스포츠는 낮잠을 잔다고밖에 표현할 다른 방도가 없다.
일본의 경우 지난88년 JOC(일본올림픽위원회)가 체육회에서 재단법인으로 분리된후 한국을 능가하는 선수연금제 도입, 국제적 스포츠인물 양성과 함께 막강한 자금력으로 각종 주요국제대회를 잇따라 유치해 서울올림픽을 전후해 한국에 일시 빼앗겼던 아시아 스포츠의 맹주 자리를 되찾으려 하고있다.
90년 IOC총회를 동경에서 개최한 것을 비롯해 91년 육상·탁구세계선수권대회를 성황리에 치렀고 93년 세계스키선수권대회, 94년 히로시마아시안게임, 95년 후쿠오카 유니버시아드, 98년 나가노겨울올림픽및 세계배구선수권대회 유치등 굵직굵직한 국제대회를 대부분 끌어들이고 있다.
또 지금 바르셀로나에서는 2000년 월드컵축구 유치팀이 활동중이며 중국의 2000년 올림픽 유치가 무산될 것에 대비, 2004년 오사카올림픽 유치 계획도 잡아놓고 있다.
중국도 일본 못지않게 분주하다. 90년 이미 북경아시안게임을 치른바 있는 중국은 홍콩 스폰서의 지원으로 다이너스티컵국제축구대회를 매년 성대히 치르고 있고 동아시안게임 창설·올림픽 유치등 경기력 향상 못지않게 스포츠행사 유치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주요 국제스포츠행사의 국내 유치가 절실한 이유는 간단하다. 서울올림픽이후 IOC에서 한국이 차지하는 위상이 급상승했듯 이런 행사를 통해 국제적 감각의 스포츠 거물들이 탄생하고 길러지는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이에비해 한국은 90년 핸드볼세계선수권대회, 오는 9월 2천여명의 건각들이 참가하는 세계주니어육상선수권대회를 제외하면 별다른 국제대회를 유치하지 못했다. 이는 눈앞의 메달 획득에만 관심을 둔 나머지 스포츠의 국제교류등 거시적 비전을 가진 체육정책이 수렵되지 못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2000년은 그만두고 당장 바르셀로나올림픽이 끝난후부터의 한국 스포츠가 나아갈 길이 정해지지 않았으니 말이다. 결국 장외스포츠에 대한 무신경이 자칫 한국의 메달전선에도 영향을 받지 말라는 법이 없다.
벌써 양궁의 올림픽경기방식도 우리에게 불리하게 바꿔었고 레슬링도 우리 기대와는 반대로 정기방식이 바뀌고 있다. 이번 올림픽에서 각IOC위원들의 한결같은 얘기는 중국이 단시일안에 세계 스포츠의 맹주로 떠오를 것이라는 점이다.
벌써 중국은 이번 올림픽에서 예상을 뒤엎고 기본종목 강세를 바탕으로 초반부터 선두그룹을 형성하며 돌풍을 일으키고 있고 96년 올림픽에서는 미국에 이어 최소 2위는 확정적이라는게 IOC위원들의 한결같은 말이다.
특히 EUN의 IOC위원은 『2000년 올림픽은 무조건 중국이 우승할 것』이라고 장담하고 있다.
이번 올림픽은 여러모로 4년전의 서울올림픽과 비교되고 있다. 그러나 서울올림픽이 76년 몬트리올대회이후 12년만에 동서가 한자리에모인 화합의 양이자 한국의 우수한 민족문화와 역량을 결집한 성공적대회였다는 점에선 변함없는 평가를 받고있다. 다만 서울대회이후 우리는 상승 가도에 있는 스포츠 역량을 극대화시키지 못하고 오히려 퇴보하는 인상을 주고있는 점은 아쉬운 일이 아닐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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