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기에 멍드는 지리산 청학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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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국립공원 지리산 신선마을로 알려진 청학동주변의 산림과 논밭이 택지로 둔갑, 별장지대로 변하고 인근에는 콘도까지 들어서 천혜의 풍치림을 비롯한 자연경관이 크게 훼손되고 있다.
자연환경이 수난을 당하고 있는 곳은 경남하동군청암면묵계리에서 청학동에 이르는 길이 16km의 청암계곡 주변.
지리산 국립공원의 자연풍치지구로 주요 관광자원이 되어 온 이곳에 최근묵계댐과 하동댐이 조성된데다 횡천∼묵계간 총연장 23.9km의 도로 확·포장공사가 시작되면서 도로변의 1백년이상 된 소나무와 풍치림이 마구 베어져 휴게소와 주유소·주차장부지로 메워지고 있다.
게다가 도시투기꾼들까지 몰려들어 인근 농가나 농경지를 사들여 개축 또는 축사 신축허가를 발아 허가조건과는 달리 호화별장이나 대규모 콘도를 건립하는 바람에 자연경관이 무참하게 파괴되고 있다.
◇풍치지구 훼손=하동·사내지구의 농업용수확보와 횡천강 홍수조절·관광자원 개발을 위해 조성한 하동댐(저수용량 2백66만4천t) 주변인 청암면중리리에는 서울 J관광이 사유림 3천여평을 사들여 울창한 수림을 베어내고 택지를 조성, 지하2층·지상 13층규모의 25∼52평형 콘도 1백62가구분을 건립하고 있다.
J관광은 하동댐을 이용한 모터보트·유람선등의 선착장과 각종 위락시설도 갖출 계획이어서 콘도가 완공될 경우 오·폐수의 유입으로 인한 댐수질 오염이 크게 우려되고있다.
또 하동댐 상류 속칭 시목교에서 묵계리간 8km구간의 가리바위·장재기·고기마을 계곡등 세곳은 휴게소와 주차장부지를 조성한다는 이유로 기암괴석과 아름드리소나무등 울창한 수림이 마구 깎이고 베어진 채 곳곳에서 흙더미와 바윗돌이 무너져 내려 주변 산림·계곡을 뒤덮는등 자연경관을 망쳐놓고있다.
특히 도로변의 풍치림자락이나 논·밭이 20곳이나 택지로 둔갑, 행정당국에는 농가주택·축사·관리사등의 건축허가를받고 통나무와 자연석을 이용한 호화별장을 짓고 있는데도 하동군은 이같은 불법건축불에대한 단속은 커녕 현장실태조사마저 외면하고 있다.
◇투기=하동댐과 묵계댐·청학동 진입도로 주변의 농경지와 임야가 이미 대부분 도시투기꾼들의 손에 넘어 갔으며 요즘에도 주말마다 등산복차림의 투기꾼들이 20∼30명씩 몰려와 값을 흥정하는 등 소동이 벌어지고있다.
이 때문에 지난해 이맘때 평당3천∼5천원씩 하던 논밭이 불과 1년사이 3만∼10만원으로 최고 20배나 뛰었고 댐 주변등 자연경관이 수려한곳은 임야가 평당 20만원까지 호가하고 있으나 투기꾼들의 농간으로 실수요자거래는 잘 이뤄지지 않고있다.
게다가 묵계리일대 청암계곡 주변엔 신고만으로 60평이하의 농가주택을 개·증축할 수 있다는 법적 허점을 악용, 이농 농가의 빈집을 헐값으로 사들여 신·개축하면서 호화별장으로 둔갑시키는 사례도 늘고 있다.
청학서당 훈장 이정석씨(40)는 『수백년간 오암계곡을 지켜 온 기암괴석과 풍치림이 사라지고 보니 수호신을 잃은 듯 허전하다』며 『민족의 나불선 합일 갱정유도의 산 교육도장인 청학동 주변을 투기지역으로 방치해서는 안된다』고 당국의 투기단속을 촉구했다.
묵계리 이장 양점동씨(37)등 주민들도 『도시민들의 투기붐으로 주민들의 인심만 버린데다 별장지대가 들어서 위화감을 부채질한다』며 『차라리 취락구조개선사업을 시행, 관광민박등 주민소득을 올릴 수 있도록 당국의 자금지원등 대책마련이 시급하다』고 입을모았다.
【지리산=허상천·주기중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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