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은 규제아닌 대민서비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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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행정은 최대의 서비스 산업.」 이말은 인구8만명인 일본 이즈모(출운)시의 이와쿠니 데쓰도(암국철인)시장이 취임때 내건 슬로건이다. 세계최대의 증권회사 메릴 린치의 수석부사장 자리에서나와 관광 소도시 이즈모시장이 된 이와쿠니씨는 취임즉시 혁명적인 개혁을 단행, 시청직원들의 「태만」등 다섯가지 나쁜 이미지를 개선해나갔다. 이 공로로 그는 90년 일본능률협회가 아이디어가 뛰어나고 독창적인 기업에게 수여하는 「베스트9」상중 1위를 차지해 일류기업을 머쓱하게 한바있다.
이와쿠니시장의 사고와 행정운영방법이 어떤것이기에 능률을 생명으로 하는 세계적기업을 행정관청이 따돌릴수 있었을까. 또 행정지도라는 딱딱한 용어가 아직도 일반화되어 있는 우리 시정에도 도입될수가 있을까. 필자는 지난 1년간 서울시의회의원으로 일하면서 아직도 공무원들이 시민을 지도하겠다는 의식이 남아 있어 행정발전을 가로막고 있다는 것을 강하게 느꼈다. 서울시장의 시달 공문에는 「주민을 행정지도 할것」이라는 내용이 자주 보인다. 그런데 이는 행정내용을 모르는 주민을 이해시켜 참여시키라는 적극적인 의미가 아니고 일정기준에 미달하면 인·허가등을 내주지 말라는 규제기준이 대부분이다. 서울시의회는 지난 3월 재개발지구주민 90%이상의 동의가 있어야 재개발을 가능토록한 서울시재개발사업예규가 모법이 정한「주민 3분의2이상 동의가 있으변 재개발할수 있다」는 규정에 위배됨을 들어 시정권고했는데 4개월이 지난후 시정내용은 「동의율을 90%이상에서 3분의2로 완화」하며 착공전까지 주민80%이상 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서울시가 모법을 어겨가며 만든 예규를 모법에 따라 환원함이 아니고 의회가 요구하니 주민동의율을 90%에서 3분의2로 낮추어(완화)주겠으니 착공때까지는 80%이상의 동의를 받으라는 태도다. 법에 주민동의율이 3분의2이상이라고 정해졌는데 어떻게 서울시가 하위법규인 조례나 규칙으로 기준을 강화할 수 있는가. 행정기준을 강화할수있을 경우는 명문으로 위임됐거나 고유업무일때 뿐이다.
오히려 시는 산술적인 기준에 집착할 것이 아니라 재개발 동의를 유보하거나 반대하는 주민들이 재개발 내용을 잘알고 있는가를 조사해서 홍보부족일 경우 모든주민이 참여할수 있도록 행정지원과 홍보서비스를 함이 시민을 위한 봉사자요, 행정서비스공급자로서의 본분일것이다. 서울시는 더이상 시민을 「행정지도」한다는 생각을 버리고 어떤 서비스를 제공하면 기쁜 마음으로 행정에 동참하고 세금을 잘낼것인가를 연구해야 한다. 아침8시부터 밤9시까지 민원서류를 발급한다는 것은 보기에는 그럴듯하나 민원의 내용, 봉사정신과 방법의 혁신이 없을때 한낱 전시행정에 불과할 것이다. 진정한 행정서비스는 비민주적이고 권위적인 현행 조례나 규칙의 혁신적인 개선을 이루고 행정절차의 공개·간소화와 잘못된 도시계획을 전면 개편하는 것과 같은 수준의 시정개혁이 선행돼야 한다. 이와쿠니시장의 말대로 서울시산하구청 동직원이 말단행정이아닌 첨단행정담당자이며 행정서비스 공급자라는 긍지를갖고 일할수 있는 분위기조성과 사기진작에 힘씀이 서울시의 당면 과제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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