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란주점(분수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우리 전통사회에서의 식품접객업소도 그 양태는 비교적 다양한 편이었다. 술과 접대부와 가무 등 유흥의 세가지 요소를 모두 갖춘 곳이 기방이었고,술과 여색만을 제공한 곳이 색주가였다. 물론 기방에는 돈많은 양반들이 드나들었고 색주가는 주로 평민과 서민층에 이용됐다. 객주집은 행상인들만 상대로 했기 때문에 술을 포함한 음식과 숙박만을 제공했다. 주막이 가장 대중적인 접객업소였다. 술과 음식,그리고 숙박을 제공했다는 점에서는 객주집과 비슷했지만 드나드는 계층이 훨씬 다양했고 주모로 불린 여성들이 이따금 손님들의 시중까지 들었다는 점에서 다소 차이가 있다.
상민들은 기방에 드나들지 못했고,양반들은 색주가나 주막에 출입하지 않았다. 오늘날에도 부유층이나 권력층이 즐겨 이용하는 유흥접객업소는 따로 있지만 그밖에 접객업소들은 특별하게 손님의 계층이 나뉘어 있지는 않은 편이다. 그 대신 사람들의 취향에 따라 업소들의 유형이 다양하다. 취급하는 술의 종류나 안주에 따라 달라지기도 하고,접객의 양태나 실내 분위기에 따라 달라지기도 한다.
근래에 이르러서는 노래를 부를 수 있느냐,없느냐 하는 것이 중요한 조건이 되기도 한다. 한국에 다녀간 외국인들이 한결같이 신기하게 생각하는 것은 한국사람들이 세계 어느 민족보다 노래를 즐겨 한다는 것이다. 외국인이 참석한 술자리에서도 거의 예외없이 노래가 흘러나오도록 되어 있어 당황하기 일쑤인 탓이다. 술은 팔지 않는 이른바 「노래방」이 생겨난 것도 노래를 좋아하는 한국인의 체질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술자리에서의 노래가 반드시 흥겨운 것만은 아니다. 술꾼들의 노래가 소음이나 고성방가가 되어 술집안의 다른 손님,혹은 술집의 이웃들과 분쟁의 불씨가 되는 경우도 잦다.
보사부가 식품위생법 개정안을 마련,접대부없이 1인용 악기연주에 맞춰 술과 노래를 즐길 수 있는 「단란주점」을 신설키로 한 것도 본래 의도야 어떻든 말그대로 「단란한」주점이 될 수 있을는지는 의문이다. 접대부나 「준주거지역」의 개념도 해석하기에 따라서는 논란의 소지가 없지 않다. 신중을 기해야 할 일이다.<정규웅논설위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