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정책 규제만 능사 아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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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우리가 당면한 모든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제한된 자원을 어떻게 가장 효율적으로 이용할 것인가」라는 명제에 주안점을 두지 않을 수 없다.
이러한 제한된 자원중에도 창조적 두뇌와 능력을 자랑하는 인간의 노력으로 생산이 불가능한 토지자원은 한번 잘못 이용하게 되면 원상회복이 거의 어려운 이른바 비가역성(비가역성)을 특성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제한된 토지자원의 최유효이용」이 거듭 강조된다. 이와 관련하여 사회복지를 추구하는 현대 행정국가의 입장과 국민들의 미래지향적 욕구 충족에 있어서도 토지를 포함한 부동산 문제가 가장 큰 관심사가 되어 온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이러한 부동산 문제의 대처방안은 정부의 부동산 정책과 직결되는데 그동안 우리나라의 부동산 정책은 한마디로 행정정책의 필수기능인 예방정책기능을 제대로 수행해 오지 못했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예방정책기능의 약화는 실천가능한 꿈과 비전있는 청사진을 제시할 수 없었고 지속적인 부동산 유통시장의 실태조사마저 외면하다 보니 법률적·행정적 규제위주의 부동산 정책이 근간을 이루게 되었다. 사실 부동산 시장이야말로 다른 재화보다 자유시장 경제원리가 바탕이 되어야하며 규제는 어디까지나 수단의 한 유형으로만 활용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규제가 수단이 아닌 목적으로 전이되는 부작용이 생긴지 이미 오래다. 자유시장 경제원리는 자율기능이 없는 것 같이 보일지 모르나 규제가 갖는 일시적·충격적 효과보다 오히려 조정의 폭과 기능이 높게 평가될 수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부동산관련 법령이 세계에서 가장 많은 나라의 하나로 인정되면서도 제대로 지킬 수도, 지켜질 수도 없는 형편이다. 또 토지공개념관련 법률 역시 토지관련 세법의 범주를 벗어나지 못했으면서도 국민들에게 너무 큰 기대감을 가지게 하여 오히려 「가진 자는 모두 타도의 대상」이라는 위화감을 조성하고 있다.
이는 결국 자본주의사회의 핵인 「이윤동기」를 무색하게 만들고 말았다. 「조세정책이 곧 부동산 정책」이라는 고정관념은 이론적 조세전가와는 달리 부동산 가격에 증폭 합산되었다. 부동산의 수요와 공급 못지 않게 중요한 유통구조에 대한 무분별한 시책은 헤아릴 수 없는 무허가 부동산중개 행위자와 유사부동산 중개행위자를 양산했다. 이 때문에 정부가 자격을 인정한 공인중개사제도가 무색하게 되어 공인중개사법 제정을 강력히 요구하기에 이르렀다. 최근 세상을 시끄럽게 만든 정보사부지 매각사기사건에서 본 토지브로커는 단적으로 규제속에서의 특혜라는 폐단과 유통구조의 부조리가 병합된 사건이라 볼 수 있다. 한편 법률적·행정적 규제의 단편적 폐단의 예는 그린벨트내의 비임야 토지로 주택을 지을 수 있는 땅은 이용 못하면서 실제 녹지는 그린벨트이외의 땅이므로 개발이 가능해 도시내의 차단녹지가 모두 없어지게 되어 환경의 악화를 가져온 울산시 등을 들 수 있다. 이와같이 목적은 과소 평가되고 수단이 강조되는 수많은 사례는 부동산 정책의 바탕이 시장경제원리에 있기보다는 규제와 행정적 단속을 과신하는데서 기인한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앞으로 우리나라의 부 동산 정책은 반드시 예방정책기능을 목표로 하여 시장경제원리와 분명하고도 효율적인 규제가 수단으로 융화하는 장기적 정책목적을 수행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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