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으로 하는 올림픽 보도경쟁/임병태 체육부기자(취재일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바르셀로나올림픽조직위(COOB)가 가장 신경을 써 올림픽주경기장인 몬주익스타디움인근 중심가 1만6천여평의 부지에 마련한 MPC(메인프레스센터) IBC(국제방송센터)에는 세계 각국에서 몰려온 보도진으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는 가운데 국력에 따라 기자들의 표정이 엇갈리고 있다.
MPC의 경우 AP·AFP·로이터 등 세계 4대통신은 물론,일본·미국·프랑스·독일·영국·한국 등 일부국가들의 주요 신문 및 통신이 독자적인 부스를 만들어 취재보도하고 있는 반면,동남아·중남미 아프리카 등 대부분국가들의 언론사들은 지하1층에 마련된 공동작업장을 이용하고 있어 크게 대조를 보이고 있다.
일본 언론사들은 10개 블록으로 이뤄진 부스동에 교도통신을 비롯한 12개 언론사들이 각 블록의 중요위치를 모두 선점하고 있으며 넓은 장소에 각종 첨단장비를 비롯한 많은 인원으로 다른 나라 언론사들을 압도하고 있다.
특히 세계적인 통신사로 도약을 노리고 있는 교도통신은 무려 45명의 보도진을 파견,구석구석을 누비고 있으며 마이니치·아사히·요미우리 등 3대신문도 25∼26명씩을 보내는 등 일본의 신문·통신에서만 2백40명의 기자들이 부스동에서 활약,가는 곳마다 일본기자들과 맞부닥치고 있는 실정이다.
아시아국가로 부스동을 이용하고 있는 나라는 한국·일본·중국 등 3개국뿐이며 중국은 신화통신만이 유일하게 보도진 37명을 파견,취재에 임하고 있다.
MPC에서 일본이 판을 치고 있다면 IBC에서는 미국이 독무대를 이루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번 올림픽 TV방영권료(6억3천5백만달러)의 65.6%인 4억1천5백만달러(3천3백2억원)를 COOB에 낸 미국 NBC방송은 IBC에 대규모 독자적인 스튜디오를 마련해놓고 무려 1천5백여명에 달하는 인원을 투입,물량면에서 주최국 스페인의 3개 공동주관사는 물론 다른나라의 모든 방송을 압도하고 있다. NBC는 또 선수촌과 IBC를 연결하는 독자적인 셔틀버스를 운영하는가 하면 공항에도 전용출입국안내소를 설치했고 IBC내에 전용식당을 갖추고 있는 등 「방송귀족의」 위력을 톡톡히 과시하고 있다.
4백명의 취재진을 파견한 일본의 NHK나 2백50여명의 요원을 투입한 한국방송단(KBS·MBC·SBS)은 NBC에 비교하면 시쳇말로 「족탈불급」이다.
MPC나 IBC에서 위세를 떨치고 있는 일본이나 미국을 직접 경험하면서 역시 「국가는 부강해야 한다」는 사실을 실감하게 된다.<바르셀로나에서>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