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 관련 안다” 제보 빗발/안개속 「땅 사기」수사 언저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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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진성어음 밝혀져 설득력 잃은 검찰/관련자 가족들 모두 증발/곳곳에 「검은 돈」 숨긴 흔적
○전화·팩시밀리 불나
○…이번 사건에 대한 검찰수사가 「단순사기」로 종결되어 가는 가운데 신문사에는 검찰의 수사태도를 비난하면서 정건중·원유순씨부부가 정계와 깊숙한 관계를 맺고 있음을 고발하는 전화·팩시밀리 제보가 잇따르고 있다.
14일 중앙일보에 접수된 송신자미상의 팩시밀리 제보는 『정·원씨부부가 원씨의 서울 남가좌동 유치원에 국제성서대학이라는 유령학교를 세워 가짜학위 판매사기를 하면서 학위관계로 현민자당 고위층의 친척인 최모씨(모신학교 전교수)를 알게 됐고 이것이 정계밀착의 계기가 됐다』고 주장.
또 원씨의 유치원에서 5년간 총무·원씨의 개인비서겸 운전사로 일하다 작년 퇴사한 것으로 확인된 박모씨(30)의 사촌형(32)은 전화를 걸어와 『원씨는 평소 정계·교육계 고위층에 선이 닿아 있음을 자랑해왔고,그들과 만나는 현장을 동생이 보았다고 말한적이 많은데 어떻게 배후의혹이 없겠느냐』고 말했다.
충남 예산의 중원대학부지 땅주인들도 정씨부부와 정계고위인사들이 함께 찍은 사진을 여러장 봤는데 「아니 땐 굴뚝에 연기나겠느냐」며 배후에 깊은 의혹의 눈길을 감추지 못했다.
○조카도 빌라 소유주
○…김영호씨가 안양군부대 땅 등을 정영진씨와 원유순씨에게 알선해주고 받아 챙긴 18억원 가운데 1억원을 들여 구입한 것으로 밝혀진 서울 정릉동 청운빌라 301호의 등기부상 소유주는 김씨의 생질로 알려진 장모씨(24)로 되어있어 김씨가 일확천금한 돈의 분산 은폐에 신경을 많이 쓴 느낌.
김씨는 이번 사건이 진행중인 지난 1월 봉천동의 빌라(3월 이혼한 부인명의)를 착공했고 홍콩으로 도피할때도 10억원을 갖고 나가 고종사촌에게 맡기는 등 곳곳에 「검은 돈」의 은폐 흔적이 역력.
한편 정릉동 청운빌라는 18평짜리로 4월24일 장씨 혼자 주민등록이 이전된채 아무도 살지않는 상태.
○아파트문 굳게 잠겨
○…이번 사기사건의 핵심인물인 정건중·김영호씨의 가족들은 검찰 수사를 전후해 종적을 감춘채 외부와의 접촉을 완전히 끊은 상태.
정씨의 부인 원씨는 검찰에서 조사를 받고 나온 지난 9일이후 서울 한남동 유엔빌리지아파트를 잠근채 나타나지 않고 있는데 12일에는 집앞에 세워뒀던 그랜저승용차마저 갖고가 행방이 묘연.
김영호씨의 전부인 김모씨가 살고있던 서울 봉천7동 K빌라 301호도 2중 잠금장치로 빗장을 내린채 지난 한주일동안 외부왕래가 일절 단절된 상태.
김씨는 지난주 먼친척이라는 50대 부인에게 집을 맡기고 자녀들과 함께 어디론가 가버렸는데 최근에는 친척부인도 모습을 나타내지 않고 있다.
○검찰,원본공개 거부
○…서울지검 특수1부는 15일 여섯차례에 걸쳐 제일생명이 성무건설 정건중회장과의 부지매매약정·계약과정에서 지급한 약속어음이 유통을 전제로 한 것임을 밝히면서 기자들로부터 계약서 원본 제시요구를 받자 정중히(?) 이를 거절.
검찰은 『국민적 관심사인 만큼 수사진전사항을 널리 알리는 것이 중요한 일이나 수사기밀주의를 원칙으로한 검찰이 수사상황을 일일이 공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법정에서 모든 증거서류와 수사내용이 공개될 때까지 기다려달라』고 주문.
○배후논쟁 원점으로
○…서울지검 특수1부 이명재부장은 14일 오후 9시 제일생명 윤성식상무가 성무건설 정영진씨측에 맡긴 약속어음이 견질어음이었다는 당초 발표를 번복해 유통을 전제로한 것이었다는 사실을 새로이 밝히면서도 이번 사건을 단순사기로 믿어달라는 주문.
그러나 윤 상무가 사실상 중도금까지 지급한 것이라면 『제일생명측이 밑져야 본전이라는 생각에 거래에 뛰어들었다』는 검찰의 설명이 설득력을 잃어 제일생명측이 확신을 갖게된 이유가 무엇이었느냐는 의문이 또다시 제기돼 「배후」논쟁이 원점으로 돌아간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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