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속 김영호씨 시종 당당한 태도/정보사 땅 사기사건 이모저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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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배후」 여부에 세간의 관심 집중/고액 입출금 56번에 추측 무성
○수사관과 여담도
○…이번 사건의 핵심인물로 중국에서의 체포 및 압송과정에 여운을 남기고 있는 김영호씨는 수사과정에서 좀처럼 쉽게 입을 열지 않고 『잘 모르겠다』는 식의 자세를 보이면서도 당당한 태도로 방어선을 치고 있다고 검찰 관계자가 전언.
김씨는 또 밤샘조사를 받고 8일 아침 식사로 해장국 한그릇을 거뜬히 비우면서 수사관과 여담을 하는 여유를 보이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기네스 북 감”
○…수사관계자들은 통장개설후 한달도 안되는 사이에 2백50억원의 돈이 최소 10억에서 최대 1백20억원 규모로 무려 56차례나 돈이 들락날락한 통장에 대해 『가위 기네스북감』이라고 소감을 피력.
한 경찰관은 『0이 10개나 되는 1백억원대의 돈을 하루에도 몇차례씩 넣었다 뺐다해놓은 것을 보고 머리가 어지러울 지경이었다』고 실토하고 금융전문가들도 『이런 것은 생전 처음본다』며 『마치 해답을 알 수 없는 고차방정식을 푸는 기분』이라고 언급한뒤 미로속을 헤매듯이 이같은 통장내용에 담긴 의미파악에 골몰.
한 은행관계자는 정덕현대리가 전산업무에만 12년간 근무해 컴퓨터조작에 정평이 나있는 만큼 앞으로 사례로 남을만한 지능적인 수법을 쓴게 아니냐』며 『실제 창구거래가 아니라 컴퓨터단말기조작만으로 한 계좌의 예금액을 가지고 제2,제3의 유령계좌를 개설한 것이거나 아주 복잡한 돈세탁과정의 하나일 것』이라고 해석하기도.
○손 턴 강남서 안도
○…지난 3일 국민은행측의 정덕현대리 자체고발에 따라 정 대리의 통장위조부분(사문서 위조·행사)을 수사한 서울 강남경찰서는 사건이 급속도로 확대되면서 3일만인 6일 검찰이 사건을 통째로 넘겨받아 수사에 나서자 안도의 한숨.
경찰은 당초 제일생명 윤 상무와 정 대리의 상반된 진술,성무건설 정회장 일당의 사기행각 등이 수사과정에서 잇따라 드러나자 『우리는 통장위조 고발부분만 수사할 뿐 별도로 검찰에 고소된 사기부분은 손댈 수 없다』며 모호하고 무책임한 태도로 일관.
경찰은 『어차피 사흘뒤면 검찰서 맡게될 것』이라며 적극 수사를 미루다 이틀반만에 수사인계가 이뤄지자 『반나절이라도 빨리 넘겨져 다행』이라고 홀가분한 표정.
○「삐삐」로 자수 권유
○…8일 새벽 이번 사건에 주번으로 지목돼온 성무건설 정 회장과 정 사장이 나란히 자수한데 대해 검찰은 끈질긴 설득공작이 주효했기 때문이라고 설명. 검찰은 이미 소환돼 조사받고 있는 원유순씨를 통해 남편 정 회장의 자수를 계속 권유,결국 원씨가 주변친척에게 정 회장을 접촉해 설득토록 했다는 것.
검찰은 또 정 사장의 무선호출번호를 알아내 끈질기게 정씨와 「접선」을 시도,7일 밤 늦게 정씨가 전화를 걸어오자 이미 자수의사를 밝힌 정 회장을 만나 함께 자수해줄 것을 권유했고 정씨가 이를 받아들여 정 회장과 검찰청 맞은편에 있는 서초경찰서앞에서 만나 나란히 검찰청으로 출두했다고.
○부동산 28만평 매입
○…성무건설회장 정건중씨는 지난 3,4월 9억2천5백만원을 들여 경기도 안양·강원도 철원·충남 예산의 부동산 28만여평을 대학설립부지 등 용도로 매입계약한 사실이 드러났다.
정씨가 매매계약한 부동산은 강원도 철원군 갈말읍 문혜리 304의 임야와 목장용지 두곳,갈말읍 상사리 산38 임야 6만여평,경기도 안양시 석수동 159일대 임야 7천9백평,충남 예산군 대술면 산정리 임야·전답 등 5만여평 등.
그러나 이들 토지는 대부분 계약금·2차중도금이 건네진 상태여서 토지매입에 쓰인 돈은 전체 사기금액에 비해서는 미미한 20억원내외 수준이어서 남은 돈의 현황이 관심.
○축소오해 신경도
○…정보사부지매각 사기사건 핵심관련자들의 자수나 검거로 검찰수사가 급진전되면서 세간의 관심은 「배후」 존재여부에 초점이 모아지고 있다.
그동안 수서비리 등 관권개입형 대형 부조리사건이 적지 않았던데다 정권말기적 누수현상에 대한 우려가 컸던터라 그야말로 「납득할 만한」 수사결과가 나오지 않으면 세간의 의혹은 순순히 수그러들지 않을 기미.
수사를 맡은 검찰도 『의혹없이 전모를 캐보이겠다』고 의지를 보이면서도 예의 「축소 수사」란 불명예스런 오해를 받지 않을까 무척 신경을 쓰는 분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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