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오름세 진정 뚜렷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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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불안스레 크게 오르던 물가가 그래도 올들어서는 많이 안정됐다.
특히 기본 생필품이나 신선식품·대중음식값등 생활과 밀접한 품목들이 작년·재작년에비해 오름세가 훨씬 덜해져 물가불안이 좀 가셨구나하는 것을 피부로 느끼게 한다.
최근 경제기획원이 발표한 소비자물가동향은 이러한 변화를 그대로 말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6월중 소비자물가는 전달보다 0.2% 오르는데 그쳐 올들어 가장 안정된 모습을 보였다.
휘발유등 기름값이 대폭 인상되고 택시요금등 오른 것들이 없지않았음에도 이처럼 지난달 소비자물가가 근래 드문 진정세를 보인데는 농수축산물과 공산품가격이 전달보다 각각 0.3%, 0.7% 내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이에따라 상반기중 소비자물가상승률도 3년내 가장 낮은 3.8%를 기록했다.
총선·공공요금인상등 연초부터 물가걱정을 자아내던 많은 불안요인들이 있었음에도 불구, 의외로 올들어 소비자물가가 이처럼 진정세인 것은 그동안 물가상승을 주도했던 개인서비스요금과 농수축산물·집세등의 상승세가 큰 폭으로 둔화된 때문으로 분석되고 있다.
특히 가계의 씀씀이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장바구니 품목들의 오름세가 크게 약해졌다.
상반기중 농수축산물 물가는 지난해말보다 3.7%가 오르는데 그쳐 작년(9%), 재작년(11.7%)에 비해 아주 안정된 것으로 집계됐다.
물가안정용 수입농수산물이 긴급도입될 정도로 일부 품목에서 수급불균형이 심했던 예년에 비해 올해는 아직 농산물의 작황이 전반적으로 좋고 심지어 양파처럼 폭락현상을 보인 것들도 있다는게 좋은 요인이 됐다.
지난달 과채류의 가격동향만봐도 가지가 61.3%, 고추·수박이 각각 16.7%, 10.9%씩 오른것을 제하고는 감자가 29.9%, 마늘이 20.2%, 풋고추가 34.9%, 바나나가 12.1%씩 전달보다 오히려 내리는등 대부분 하락 내지 안정세로 조사됐다.
그동안 엄청나게 소비가 늘고 덩달아 가격도 뛰던 내류도 수입쇠고기 9%, 한우가 13%오르고 돼지고기는 16.5%가내린 수준이다.
채소·생선등 44개 품목의 가격동향을 따로 집계한 신선식품물가는 지난 상반기중 2.1%(전년동기 13.9%)가 올랐을뿐이며 식료품과 대중음식값등 구입빈도가 잦은 품목들의경우도 월1회이상 구입품목(35개)기준 전년말보다 4%(11%)가 오르는데 그쳤다.
공공요금은 올들어 지난해보다 유일하게 더 오른 부문이다.
상반기중 전체 소비자물가상승률 3.8%중 1.07%포인트가 택시·항공료등 각종 공공요금의 인상으로 채워져 물가를 올리는데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
결국 올들어 전반적인 물가상승세의 진정속에 정부가 겉으로 말하는 것과 다르게 물가상승을 주도했다는 비난을 면키 어렵게 됐다.<박신옥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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