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9」5주년의 공과/허남진 정치부기자(취재일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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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노태우정권의 탄생에 기여했고 그후 6공 집권논리로 홍보되어 왔던 6·29선언이 29일 노 정권하에서 마지막 돌잔치를 치렀다. 이날도 한쪽에선 6·29선언이 역사발전의 최대장애물이었던 민주화 논쟁을 불식하고 사회전반에 자율을 신장했다고 선전했지만 다른 한쪽에선 법과 질서에 구멍을 뚫었음은 물론 이행전략 없는 슬로건 정치로 경제 등 국가발전에 정체를 가져왔다고 씁쓰레해 했다.
얼마전부터는 6·29선언 주체를 둘러싼 이른바 「소유권분쟁」까지 불붙어 현 정권의 도덕성이 논란의 대상이 되어왔다.
노 대통령은 지난 26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6·29의 주체는 국민」이라고 말해 「노의 결단에 의한 순수 노작품」­「구상 및 연출 모두 전두환대통령 작품」이란 시비끝에 새로운 해석을 내렸다.
6·29는 국민들의 강력한 의사표시가 태동동기임에 틀림없으며 아울러 그러한 시대적 흐름을 「수용」한 대목에 긍정적 평가가 주어지는 것도 사실이다.
민주화·자율화·인권시장 측면에서의 괄목할만한 변화 또한 가볍게 보아넘길 대목은 아닌게 분명하다.
그러나 실질내용면에선 민주화에 따른 비용지출이 너무 컸다는게 5년을 지내놓고난 오늘의 뼈아픈 지적이 되고있다.
민주화라는 이름아래 봇물처럼 터지기 시작한 갖가지 요구와 집단이기주의를 적절히 조절하고 걸러내는데 실패했다.
통제력을 잃은 민주와 자율은 법의 권위와 질서존중 정신의 빛을 바래게 했고 책임·의무의식은 뒷전으로 밀려났다.
심각한 경제침체 현상도 그러한 부작용의 총체적 소산이라고 평가하는 이들이 많다.
5년전의 오늘은 돌이켜 볼때 당시 상황에서 6·29선언은 대단히 충격적인 사건이었다. 「오늘은 기쁜날」이라며 서울의 한 다방은 손님 전원에게 코피를 무료제공 하는 등 온국민이 축제분위기에 싸였었다.
이제 내년이면 6·29선언을 놓고 「공다툼」을 벌일 인물도,정권도 물러난다.
당시 온국민의 박수를 받았던 상황으로 되돌아가 새로운 각오로 6·29의 참정신을 꽃피워 나가는데 온국민이 합심 협력해야할 것이다.
민주화와 반비례해 법의 권위와 질서준중 정신이 훼손됐고 사회 각 구성원들은 자율신장에 상응해야할 책임과 의무를 소홀히 했다. 이 점을 어떻게 극복해야 할지가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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