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해·공 '비리 종합세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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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경찰청 특수수사과가 파헤치고 있는 군납 비리 사건이 육.해.공 장비를 두루 거쳐가고 있다. 전차.야포.구축함과 관련된 각종 부품들에서 헬기까지….

경찰은 17일 국방과학연구소 제2본부장 黃모(55)씨에 대해 추가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방위산업체 M사 대표 崔모(53)씨에게서 지난해 2천만원을 받은 혐의(특가법상 수뢰)다. 黃씨는 경남 진해에 있는 제2본부에서 해상.수중 무기 성능실험 및 국산화사업 책임자로 일해왔다. 뇌물 공여 혐의로 함께 구속영장이 신청된 崔씨는 구축함 등에 장착하는 어뢰공격 탐지장비 등 16개 품목을 한해 수백억원어치씩 군에 납품해 온 사람이다.

앞서 야포 조준경 등 사격통제장치를 납품해 온 H사 대표 정호영(49)씨, 전차 등에 사용되는 통신 케이블을 납품해 온 Y사 대표 김인술(63)씨, 공격용 헬기 납품을 추진해 온 A사 대표 이영우(63)씨도 이원형(57.구속)전 국방품질관리소장에게 수천만~수억원의 금품을 제공한 혐의로 구속됐다. 경찰 수사 10여일 만에 비리의 고리가 줄줄이 드러난 것이다.

납품업자들은 "대가성은 없으며 인사 차원이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경찰은 H사가 오리콘포 개량사업자로 선정돼 5백억원 이상의 물품을 납품했고, Y사 역시 최근 수년간 수입품보다 10배가량 비싼 통신 케이블 수백억원어치를 군에 제공해 온 점으로 미뤄 로비가 성공한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M사는 지난해 어뢰공격 방어장비를 기한 내에 군에 납품하지 못해 13억원의 지체금을 부과받기까지 했으나 최근 국방부에서 우수 군납업체로 선정됐다. 업계에서는 금품 로비의 덕분으로 보고 있다.

수사 관계자는 "통상 무기구매는 군사비밀로 처리되므로 결정적인 영향력을 가진 군 관계자들에게 업자들이 집중적으로 로비를 한 것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경찰은 현재 H사 대표 鄭씨의 실.차명 계좌 10개의 거래 내역을 집중 추적하고 있다. 계좌에서 2~3명의 전.현직 군 고위 관계자에게 돈이 유입된 사실이 나와 이 돈의 성격을 확인 중이라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鄭씨는 천용택 전 국방부 장관(1차 소환 불응)에게 수천만원을 건넨 혐의도 받고 있다.

경찰은 또 2조원대의 아파치 헬기 납품을 추진했던 A사 대표 李씨가 다른 군 관계자에게도 금품을 제공했는지도 캐고 있다. 국방을 담보로 돈을 챙긴 군 관계자들이 속속 모습을 드러낼 상황이다.

이상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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