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앗 이런 과학이] 살 안 찌고 충치 없이 단맛 보려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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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4면

요즘 많은 사람은 천연물질이 인체에 좋은 것으로 생각돼 천연물질을 선호하는 경향이 많다. 그런데 설탕은 천연물질이지만 과다 섭취하면 충치.심장질환.비만.당뇨병 등 많은 질병을 유발할 수 있어, 많은 사람이 싫어한다.

따라서 건강에 민감한 사람들은 칼로리가 적은 사카린 및 아스파탐 등의 인공감미료나 토우마틴 같은 천연 강력 감미료 등을 선호하는 경우도 종종 볼 수 있다. 특히 토우마틴은 서아프리카에서 생산되는 과일인 '케템페'에서 추출하는 것으로 단맛이 설탕의 무려 3천배에 달하기도 한다.

그런데 최근 상업 광고 등에서 자일리톨이라는 감미료가 껌 등의 상품에 종종 언급되는 것을 볼 수 있다. 자일리톨은 19세기에 독일의 에밀 피셔가 처음 만들었는데, 단맛과 칼로리는 설탕과 거의 같지만 충치를 일으키는 박테리아에는 분해되지 않고 오히려 치아의 에나멜 층에 붙어있는 박테리아를 떼어놓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1982년에서 84년 사이에 핀란드의 일리비에스카 보건센터가 11세와 12세의 어린이들에게 광범위하게 시험한 결과 하루에 세번 자일리톨 껌을 씹는 어린이의 충치 수가 자일리톨 껌을 씹지 않는 어린이에 비해 절반에 불과했다는 보고에 의해 자일리톨은 상당히 각광받기 시작했다.

또한 자일리톨은 상당히 재미있는 성질을 가지고 있는데, 많은 사람이 자일리톨을 혀 끝에 대면 차갑게 느껴진다고 얘기한다. 이것은 자일리톨이 물에 녹으면서 열을 흡수하는 성질이 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자일리톨을 얻기 위해서는 자작나무에 물 처리를 한다. 핀란드에는 이 자작나무가 아주 풍부하게 존재하고 있어 발원지가 될 수 있었다. 자작나무가 풍부하지 않다면 자일리톨을 얻는데 상당한 비용이 들기 때문에 보편적인 설탕 대용으로서의 감미료로 자일리톨을 쓰지 못하고 있다.

자일리톨은 충치를 예방하는 등의 장점만 갖고 있는 것이 아니다. 이것도 역시 설탕과 마찬가지로 탄수화물로 구성돼 있어 설탕과 거의 비슷한 정도의 열량을 갖고 있다.

이에 반해 열량이 적고 충치를 일으키지 않는 그런 감미료가 몇몇 있는데 그 중에 대표적인 것이 설탕의 단맛에 약 75% 정도인 '에리스리톨'이라는 것이다. 이것은 자일리톨과 비슷한 구조로 탄소 수가 하나 더 적은 분자로서, 일반적으로 포도당을 효소로 발효시켜 만들고 있다.

그러나 이 발효 방법으로는 아주 적은 양의 에리스리톨을 얻을 수 있기 때문에, 경제성이 크게 낮아 아직까지 상용화에 성공하지 못하고 있다. 아마도 가까운 시일 안에 화학자들의 노력으로 수득률이 매우 높은 공정을 개발하게 되면, 에리스리톨이 첨가된 껌을 시중에서 손쉽게 구입할 날이 멀지 않을 것이다.

최정훈 교수 한양대 화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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