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기형돕기운동」전국서 호응 밀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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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중앙일보·삼성생명·얼굴기형돕기회 주관/눈 튀어나온 여중생 첫수술 성공/“놀림감되는 심정 엄마도 모른다”/2주만에 4백30명 신청
「얼굴없는 이웃에 제 얼굴 찾아주기」운동이 전국에서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중앙일보·삼성생명·「얼굴기형돕기회」가 공동으로 이달초부터 펼치고 있는 이 운동에 관한 기사가 보도(5월30일·일부지방 5월31일자)된지 2주만에 이미 전국에서 4백30명이 공식으로 지원신청을 해왔으며 접수창구엔 문의전화가 줄을 잇고 있다.
선청성·후천성 얼굴기형으로 한을 품고사는 환자 본인이나 부모가 직접신청해온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딱한 사정을 보다못한 이웃들이 대리신청하는 따뜻한 정을 보이는 사례도 적지 않다.
큰 호응속에서 삼성생명이 올해 캠페인기금으로 내놓은 3억원에서 수술 및 입원비 지원을 받는 첫 케이스로 여중 2년생인 김미경양(14·전북 고창군 대산면 춘산리).
김양은 태어날 때부터 이른바 「크루존씨병」으로 양쪽 눈알이 보기 흉하게 튀어나오고 아래턱이 심하게 돌출한 환자. 이 때문에 같은 또래의 놀림감이 되고 위·아래 치아가 들어맞지 않아 먹거리를 앞니로 끊어 먹지 못하고 손으로 잘라 먹어야만 했다. 그러나 김양은 11일 서울 백병원에서 백세민박사팀의 집도로 7시간에 걸친 대수술을 받고 정상인으로 회복중이다.
『친구들의 놀림을 많이 받고,그래서 많이 싸우고 또 울기도 많이 울었다.… 이런 내 심정을 아는 사람은 한사람도 없었다. 한가족인 엄마도 마음 깊은 곳의 아픈 심정을 잘 모르는데….』
수술을 앞둔 10일 밤 김양은 메모를 통해 그동안 쌓였던 한을 이렇게 표현했다.
수술에 대한 불안·기대가 섞이면서 메모는 계속된다.
『…그러나 지금은 마음 한구석의 상처를 씻을 수 있게 되어 기쁘다. 수술을 한다는 것이 아주 위험하다는 것을 느꼈지만 그래도 나는 해보고 싶다. …막상 내일이 수술하는 날로 결정되고보니 긴장이 되고 잠이 안온다. 수술이 잘되었으면 좋겠다. 이것이 나의 최상최대의 소원이다.』
그러나 수술후 마취에서 깨어난 김양은 14년만에 찾은 자신의 얼굴과 새 삶에 대한 희망으로 활기에 넘쳤다. 김양은 치료비 7백만∼8백만원 가운데 농사짓는 부모가 어렵게 마련한 3백여만원의 자비부담분을 제외한 나머지에 대해 삼성생명의 지원을 받는다.
한편 현재까지 수술 신청자는 ▲중앙일보 사회부((751)5123)에 1백2명 ▲삼성생명 홍보부((751)8065)에 89명 ▲얼굴기형돕기회 및 서울백병원 성형재건·안면기형교정연구소((273)8140,(266)1864)에 2백39명 등 모두 4백30명.
이 가운데 언청이로 인한 얼굴기형,귀가 없는 기형이 각각 35% 정도로 가장 많고 나머지는 ▲화상 후유증으로 인한 기형 ▲추락 및 교통사고로 인한 기형 ▲한쪽 얼굴이 거의 없는 반안면왜소증 등이며 딱한 사정도 많다. 미혼녀 이민자씨(35·서울 동자동)는 20세때 입은 화상으로 목·턱이 들어붙는 바람에 말이나 식사도 제대로 못하고 보기 흉하다. 이 때문에 집에 틀어박힌채 옷에 단추를 달아주는 등 가내수공업으로 끼니를 이으며 딱하게 살고 있어 수술지원이 필요하다고 이웃 사람이 대리신청해왔다.
신청자들은 접수순서에 따라 백 교수팀의 면담 및 진료를 받게 된다. 중앙일보·삼성생명은 앞으로도 전국 영업망을 통해 얼굴기형환자들의 신청을 받아 가정형편 등에 따라 수술지원을 계속한다.<김영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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