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업무 전산화 주도 노영보 판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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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판사와 컴퓨터」. 어쩐지 잘 어울릴 것 같지 않다.
법원행정처 법무담당관 노영보 판사(37·사시20회)는 분명 소송기록대신 컴퓨터를 끌어안고 사는 판사다. 법대·문리대 등 문과출신이 대부분인 사법부에서 「사법업무 전산화추진위원회」 간사로 발탁된 노 판사는 이제 누구에게나 스스럼없이 「컴퓨터판사」로 불린다.
노 판사는 공식적인 사법전산화 업무이외에도 전국법원에서 컴퓨터 깨나 다룬다는 법관 44명과 함께 「JURIST」라는 전자사서함을 개설, 서로 새로 만든 판결문 프로그램과 법원 및 컴퓨터정보를 주고받는다.
『87년 미 조지타운대 유학 중 논문작성을 위해 국산컴퓨터를 구입해 사용한 것이 컴퓨터와의 첫 만남』이라는 그는 이제 96년까지 전국법원을 온라인으로 연결하는 법원전산망계획을 주도하고 있다.
법원의 전산화는 퇴직금·소득산정 등 복잡한 계산과정을 거쳐야하는 판결문 작성을 오차 없이 간소화하고 전국법원의 각종판결을 서로 주고받는 것은 물론 민원인들이 법원을 찾지 않고도 전화 한통화로 관련소송 재판날짜 및 재판부 배정 등 각종민원을 해결할 수 있다. 전국의 부동산등기업무를 하나로 묶는 작업도 한창이다.
『법원전산화는 막대한 예산이 드는 사업으로 이제 걸음마단계이나 법원을 이용하는 국민의 입장에서나 법원의 입장 모두에서 거스를 수 없는 추세입니다.』
사법부 전산화계획은 부동산등기업무 전산화에만 2천억여원이란 막대한 재원이 소요되고 전 사법부 소속원의 전산화교육이 완결돼야 하는 선결과제를 안고 있다.
『사법부 전산화가 완성되면 컴퓨터를 다루지 못하는 법관은 판결을 내릴 수 없는 시대가 될지도 모른다』고 겁(?)을 주는 노 판사의 안경너머로 급격한 변화를 거듭하는 사회의 흐름 속에 용틀임하는 사법부의 모습이 담겨있다. <권영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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