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음악계 "우리도 저작권 챙기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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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대중음악 작사·작곡가들의 전유물쯤으로 여기던 음악저작권에 대해 순수음악인들이 부쩍 관심을 보이면서 자신들의 당연한 권리를 찾기 위해 공동으로 대처해야 한다는 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매달 독일문화원 강당에서 연주 및 강의형식으로 열리는 「새 마당」프로그램에서 지난 5월부터 연주된 작품의 작곡자들에게 지급되기 시작한 작품당 「5천원」이 작품사용료에 대한 음악인들의 권리의식을 일깨웠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창작곡의 경우 작품사용료를 받기는커녕 거저라도 좋으니 부디 한번이라도 더 연주해주기만 하면 고맙겠다는 풍토에서 일어난 이 같은 일은 작곡가들에게 거의 「놀라운 사건」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한국음악저작권협회가 엄연히 있으니 원칙대로 한다면 연주회 주최측은 저작권협회에다 작품사용료를 일괄지불하고, 저작권협회가 작곡가들에게 그 사용료를 분배하는 것이 옳지요. 그러나 아무도 이런 일에 신경을 쓰지 않으니까 우리 음악계도 이제는 저작권에 좀더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사실을 일깨우기 위해 조금이나마 작품사용료를 드리기로 했습니다.』
새 마당 프로그램을 이끌고있는 이만방 교수(숙명여대)는 5월13∼15일에 원로 및 중견작곡가 17명에게 「상징적」작품사용료를 처음 지급한데 이어 지난 5일 「창작작품에 나타난 전통의 영향」을 주제로 한 새 마당 프로그램에서도 연주된 작품의 작곡가 5명에게 작품사용료를 지급했는데 『작곡가들의 반응이 예상보다 한결 뜨거웠고 이제야 비로소 예술가로 예우 받는 기분이라며 기뻐했다』고 전한다.
현재 국내에는 한국음악저작권협회(회장 신상호)가 있어서 영리목적으로 방송·연주된 창작곡의 사용료를 거둬들여 일정한 수수료를 제외하고 이를 작사·작곡자들에게 나눠주도록 되어있다. 그러나 상당수의 대중가요부문 음악인들이 연간 수백만원에서 수천만원까지의 저작료를 받고있는데 비해 순수음악 분야에서는 연간 수십만원이나마 받고있는 작곡가가 드문 형편.
음악저작권협회측은 『대중음악에 비해 순수음악이 방송·연주되는 비율이 워낙 낮기 때문』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순수음악 관계자들은 『저작권협회가 순수음악방송 및 공연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으면서 「일부 음악인들」에게만 입막음 삼아 저작료를 몇만원씩 지급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현재 약 1천5백명에 이르는 음악저작권협회 회원들 가운데 80%이상이 대중가요 관계자들이고 동요·국악을 포함한 순수음악분야 회원은 1백명 남짓. 음악저작권협회 금나영 부장은 『누구나 10만원의 가입비만 내면 회원이 될 수 있는데도 가입하지 않는 것은 스스로 가입비이상의 저작료를 분배받을 자신이 없기 때문 아니겠냐』고 말한다. 그러나 순수음악 관계자들은 『지금까지 저작권협회가 창작곡을 연주한 주최측에 작품사용료를 내라는 경우는 본 적도 들은 적도 없거니와 방송된 음악에 대해서도 제대로 모니터하고 있지 않다』며 저작권협회측의 무관심 내지 「고의적인 홀대」가 순수음악인들의 가입을 막고있다고 비난한다.
산하단체만 해도 70여개에 이르는 유일의 전국적 순수음악단체인 한국음악협회(이사장 정회갑)가 저작권에 대한 회원들의 관심을 높이고 이를 보호하는 일에 소홀하다는 지적도 있다. 중견작곡가 김 모씨는 『선진국의 경우 경쟁력이 약할 수밖에 없는 순수음악을 보호·발전시키기 위해 대중음악보다 순수음악 사용료가 더 높게 책정돼있고 순수음악 사용료만 해도 독주곡·중주곡·관현악곡 등 그 형태에 따라 요율을 세분화하는 등 창작의욕을 북돋우기 위해 제도적으로 뒷받침해주고 있다』며 음악협회를 중심으로 한 순수음악 단체들의 공동노력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김경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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