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경쟁력 3년째 뒷걸음…25위, 중국에 바짝 쫓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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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국가경쟁력에서 한국의 뒤를 바짝 쫓고 있다. 한국이 소모적인 정치싸움과 집단 이기주의 등으로 시간과 에너지를 낭비하면서 선진국을 따라잡기는커녕 중국의 추격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가 된 것이다.

산업정책연구원(IPS)과 국제경쟁력연구원이 16일 공동 발표한 'IPS 국가경쟁력 보고서 2003'에 따르면 한국의 국가경쟁력 순위는 전 세계 주요 68개국 중 25위에 머물렀다. 2001년 22위에서 지난해 24위로 두 단계 떨어진 뒤 다시 한단계 아래로 밀린 것이다.

반면 중국은 지난해 37위에서 올해는 32위로 다섯 단계나 껑충 뛰었다. 이 추세라면 내년에 중국이 한국을 추월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이 지난 5월 발표한 국가경쟁력 순위에서는 한국(15위)이 이미 중국(12위)에 뒤져 있다.

보고서 작성을 총괄한 조동성 서울대 교수는 "한국이 원가 낮추기 전략을 버리고 세련된 상품과 서비스로 차별화하는 선진국형 전략을 택하지 않으면 중국과의 경쟁에서 패배할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중국 추격 비상=산업정책연구원이 국가경쟁력을 평가한 8개 항목 중 근로자와 생산요소에서 한국은 중국에 압도적으로 밀렸다. 중국은 근로자 부문에서 세계 1위를 차지한 반면 한국은 고작 39위였다. 싼 임금의 노동인력에 대해선 한국이 중국에 상대가 안 된다는 의미다. 특히 근로자의 양적인 경쟁력은 물론 노동쟁의.노동시장 개방 등 질적인 경쟁력에서도 한국(59위)은 중국(12위)에 크게 뒤진 것으로 조사됐다.

천연자원.국토면적 등 생산요소의 경쟁력도 한국은 59위에 불과한 반면 중국은 4위에 올랐다.

정치가.관료의 경쟁력은 한국(30위)과 중국(31위)의 수준이 비슷한 것으로 나타났다. 두 나라의 경제수준에 차이가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중국의 정치가.관료가 한국보다 상대적으로 깨끗하고 유능하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경영여건의 경쟁력에선 한국(35위)이 중국(39위)을 약간 앞섰다. 그러나 경영여건을 구성하는 4개 항목 중 하나인 외국인 투자에서는 한국(41위)이 중국(13위)의 상대가 되지 않았다.

한국의 강점은 창의적인 기업가 정신으로 지적됐다. 기업가의 경쟁력에서는 한국(16위)이 중국(52위)을 크게 앞섰기 때문이다. 전문가의 경쟁력에서도 한국(20위)이 중국(57위)보다 훨씬 우월했다.

◇차별화 전략 필요=연구원은 한국이 '고비용 저효율' 구조를 '저비용 고효율'로 바꾸는 정도로는 중국과의 경쟁에서 이길 수 없다고 지적했다. 제품의 원가를 싸게 하는 데는 인구가 많고 자원이 풍부한 중국이 절대적으로 유리하다는 것이다. 연구원은 대안으로 주력 산업의 부가가치를 극대화하는 차별화 전략을 제시했다.

조동성 교수는 "차별화 전략이 성공한다면 한국은 미국.스웨덴.캐나다.영국 다음으로 세계 5위까지 도약할 수 있다"며 "한국의 경제활동에서 전문 경영자와 기술자를 비롯한 전문가 그룹의 비중을 높이고 시장구조를 철저한 경쟁지향적 체제로 변화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주정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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