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사랑 교계가 앞장서자"|환경문제 종교연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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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리우회의 등으로 환경보전에 관한 세계적 관심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한국 천주교가 6일 오전 서울 명동성당 문화관에서 자연환경보전운동의 실천을 다짐하는 초종파 행사를 가졌다. 천주교서울대교구「한마음 한몸」운동본부(본부장 오태순 신부)주최로 열린「푸르름을 만드는 잔치」란 이름의 이날행사는 지난해 6월19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렸던「창조질서보전과 완성을 위한 공청회」의 후속사업으로 마련된 것이다.
「파괴되는 자연 앞에 종파 떠나 힘 모으자」란 표어로 열렸던 지난해 공청회 때는 가톨릭쪽 성직자·평신도 3백23명을 비롯해 개신교·불교·유교·천도교 등 타종교 인사들을 포함한 총5백여 명이 참석, 환경문제에 관한 광범한 종교연대운동의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이날「푸르름을 만드는 잔치」에서는 김수환 추기경의 기조강연, 김명자 교수(숙대)의 「새로운 환경윤리를 정립하는 길」이란 제하의 주제발표에 이어 환경보전운동에 앞장서온 문수정·박시애 두 주부의 실전사례발표가 있었으며 그와는 별도로 성모동산과 소성당 등에서는 환경도서전시 및 판매, 환경포스터·공해사진전시회, 재생종이·저공해비누 만들기 실습, 비디오상영 등의 다채로운 2부 행사가 진행됐다.
김수환 추기경은 기조연설을 통해『오늘날 우리는 하느님께서 창조하신 아름다운 자연질서가 인간의 탐욕에 의해 무차별 파괴되고, 파괴된 자연이 다시 인간을 파멸로 몰아가는 암담한 상황을 맞고 있다』고 전제, 『그 동안 교회는 이웃사랑·하느님사랑만을 가르쳤을 뿐 자연사랑에는 소홀했다는 점에서 현대의 자연파괴에 일단의 책임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하고『이제부터라도 모든 교회는 하느님의 창조질서를 보존하고 모든 생명 있는 것들의 삶의 터전을 지켜주기 위한 환경보전운동에 적극 동참하자』고 제의했다.
새로운 환경윤리의 정립에 관해 주제발표를 한 김명자 교수는 자연 및 환경파괴의 주범인 대기오염·수질오염·토양오염·중금속공해 등의 원인과 실태를 자세히 예거한 뒤 현재의 환경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인간의 대안윤리로「자연계의 모든 존재와 조화 및 균형을 이루며 사는 삶」 「덜쓰고(r-educe ), 다시 쓰고(reuse ), 재순환 시키는(recycle) 일상의 절제 정신」을 제시했다.
김 교수는 감옥에 수감된 범죄자들이나 지진아들에게서 체내 납 함량이 평균인보다 더 높다는 사실을 밝혀낸 70년대의 한 조사보고서를 인용, 환경오염은 단지 인간의 신체만이 아니라 정신까지도 병들게 하고 결과적으로 사회 전체의 폭력성향을 심화시킨다는 색다른 주장을 펴 주목을 모았다.
그는 또『지금까지 자연에 관한 남성적 사고, 즉 위계적·정복적·권위적 사고 체계에 의한 과학활동이 자연훼손을 야기 시켰다면 이제 여성적 사고, 즉 모성적·순응적·조화 추구적 특질과 가치관에 의존하지 않고는 그 회복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밝혀 환경문제에의 접근에 여성의 시각과 역할이 특히 중요하다는 점을 역설했다.
한편 가톨릭 평신도인 문수정씨는 서울 구로 지역을 중심으로 벌여온 공해방지 및 폐품재활용운동과 관련한 실천사례를, 박시애씨는 대구 상인본당주부신자들의「푸른 평화운동」을 통한 환경보전 실천사례를 각각 발표해 참석자들의 공감 어린 박수를 받았다. <정교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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