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8군 영내서 불법 영어과외/한국학생들 주말이면 천여명 출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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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미군당국 묵인… 우리당국 “치외법권지역” 손못써
서울 용산 미8군영내에서 부유층 자녀들인 유치원·국민학생들과 일부 중·고생을 상대로한 불법영어회화 과외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불법과외는 주로 미군가족들과 미군을 남편으로 둔 한국인부인들이 가르치고 있으며 이들로부터 과외를 받으려는 한국학생들이 평일에는 수백명,주말이면 1천명 이상씩 몰려들어 북새통을 이루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이들 과외교사들은 교사자격증이 없는 것은 물론 학력도 대부분 낮아 어린 학생들에게 일방적인 미국문화 주입과 단순한 회화 기능 전수만을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또 위화감조성도 문제가 되고 있다.
미군당국의 묵인아래 이뤄지고 있는 불법과외는 일부 부유층 학부모의 맹목적인 조기교육열과 맛물려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으며 관계당국은 미8군영내가 치외법권지역임을 이유로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고 있다.
◇실태=지난 주말인 5월30일 오후 3시쯤 서울 이태원동 미8군 52번게이트(출입문)에서는 김모군(13·강남 S국 6·서울 서초동) 등 국민학생 3명이 나타나자 문앞에서 대기중이던 40대 미국인여자가 이들을 인솔,영내로 데리고 들어갔다.
미8군영내는 한국인들의 출입이 엄격히 통제되고 있지만 영내 거주자와 함께 들어갈 경우 자동차 1대와 한국인 4명까지 통과가 허용되는 점을 악용,과외생들의 출입이 이뤄지고 있다.
52번 게이트의 경우 이날 오후 3∼5시까지 2시간동안에만 유치원생 5명을 포함,60여명의 학생들이 과외수업을 받으러 미8군영내로 들어갔다.
출입문 초병들에 따르면 용산 미8군영내 전체에서 영어회화 과외를 받는 유치원·국교생들이 줄잡아 1천명은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학생들은 90% 정도가 압구정동·신사동·논현동 등에서 부모들의 차를 타고 오며 10%쯤은 인근 이태원·서빙고동 등에서 걸어온다. 수업은 대부분 1주일에 한시간씩 두번으로 과외비는 국민학생·유치원생 모두 한달 20만원 정도다.
◇문제점=과외교사들은 모두 무자격자들인데다 대졸자는 거의 없어 체계적 교육대신 학생들은 알아듣지도 못하는 영어교재만 읽다 끝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더욱이 가치관이 제대로 서있지않은 어린 학생들이 은연중에 미국 제일주의 사고방식에 물들게 되는 점도 큰 문제다. 강남 K국교 5년 김모군(12)은 『엄마가 시켜서 할 수 없이 다니고 있지만 선생님이 우리말을 몰라 두달동안 간단한 인사말 정도밖에 못배웠다』면서도 『친구들이 미군부대에서 영어를 배운다고 하면 모두 부러워해 기분좋다』고 했다.
미군당국은 이같은 과외가 불법인줄 알면서도 미군가족들의 부수입을 위해 눈감아주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봉화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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