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조세 이탈로 “홀로서기” 멈칫/이종찬의원 왜 “결심” 못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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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박태준·박철언씨 신당에 회의적/새정치 위해 “감옥갈 각오 돼있다”
이종찬의원은 민자당에 남을 것인가,뛰쳐나가 홀로서기를 할 것인가. 시간이 꽤 지났음에도 이 의원은 뚜렷한 회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그를 둘러싼 진영내에도 세갈래 주장이 엇갈려 있다.
『김씨들은 단식도 하고 감옥에도 갔다 왔는데 이 의원은 6개월정도 가시밭길을 못가느냐. 정주영씨는 아들까지 감옥에 보내면서 대권문을 두드리지 않느냐. 이 의원은 지금 당장 야당으로 새 출발해야 한다. 김영삼후보밑에 들어가면 그는 끝이다.』(측근 C씨)
『신당을 만들어 대선에 나가야 하지만 서두를 필요는 없다. 당내사정이 어떻게 바뀔지 모르지 않느냐. 지금 나가면 과연 몇사람이나 따라주겠느냐. 정치는 세가 중요하다. 7,8월까지 가서 결심해도 늦지 않다.』(또 다른 C씨)
『누구말마따나 에베레스트가 달리 에베레스트냐. 히말라야 산맥위에 있으니 에베레스트다. 정치는 냉혹한 현실이다. 지금 뛰쳐 나가봐야 대선에 이길 수 있겠는가. 앞으로 5년이면 김씨들이 물러난다. 민자당에 버티고 앉아 다음 기회를 노려야 한다.』(P의원 당선자)
그러나 이 의원은 침묵한채 바깥에서 사람들을 만나고 있다.
경선을 거부할때만 해도 그는 신당창당→독자출마라는 진로를 굳혔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지지세력이 풍선바람 빠지듯 줄어들자 조금씩 변화의 기미를 보였다.
이 의원 자신이 『출마를 포기했다』고 한 적은 없지만 『여권의 대동단결을 위해 김 후보와 대화할 수도 있다』고 출마포기 가능성을 내비친 적이 있다.
한 시사잡지와의 회견에서 『노태우대통령에게 사과한다』고 말하는 등 유화적 태도도 보이면서 노 대통령 및 김 후보측 사람들과 대화도 하고 있다(이 의원­정재문의원,김중권정무수석­장경우의원 등).
노­김후보측에선 이 의원의 침묵에 대해 돌아설 시간을 벌고 명분을 얻으려는 것으로 파악하는 경향이고 흘러나오는 얘기도 그런 측면을 무시할 수 없기도 하다. 그러나 가장 최근에 발생한 「사건」은 그가 독자노선을 취할 징후를 강력히 뒷받침 한다.
27일밤 광화문 사무실에서 이 의원과 당 사무처국장·보좌팀 등 강경파 소장측근 10여명은 심각한 분위기속에 진로회의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한두명을 제외한 대부분의 측근들이 이 의원의 「홀로서기」를 강력히 촉구했다.
이 의원은 이 자리에서 『나도 감옥에 들어갈 각오가 되어있다』,『출마는 둘째로 치고라도 「새정치」를 포기할 수는 없다. 절대로 김 후보밑에는 들어가지 않는다』고 못박았다고 한다.
그는 또 『경선을 거부한 것은 결코 들러리가 되지 않겠다는 결심이었지,내가 꼭 대선에 출마하겠다는 얘기는 아니다. 나보다 더 훌륭한 사람이 있으면 내가 그를 밀어줄 수도 있다』고 천명한 것으로 참석자들은 전했다.
그래서 몇몇 측근들은 30일 지지자 6백여명이 참석하는 대전 새정치모임세미나겸 단합대회에서 그가 상당히 강도높은 발언을 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신당」 「독자출마」같은 단어는 등장하지 않더라도 최소한 『모든 탄압을 감수하겠다』는 정도의 결의는 나타날 것이란 얘기다.
이 의원의 「새정치 사수」선언은 일단 주목할만한 징후임엔 틀림없다. 그러나 그의 심경토로만 가지고는 그가 대선출마 수순에 들어갔다고 단정하기는 힘든 것 같다. 이런 그의 행보를 전략으로 분류하는 시각도 많다.
일단 당내에 머물면서 새정치모임을 키워나가며 「징계파동」을 활용해 다시 세결집을 꾀할 수 있다는 계산이라는 것이다. 또 이 의원의 홀로서기를 단정할 수 없는 사정이 돈과 사람의 부족이다.
박태준최고위원,김용환·박철언의원은 아예 새정치모임에 가담하지 않았고 모임에 합류한 14대 당선자 7명의 대부분도 신당에는 부정적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 하나 중요한 고려는 대선득표가능성이다.
여러 시각속에서 일단 이 의원은 30일 「새정치모임의 목소리」를 내서 건재를 과시할 생각인 듯하다.
그가 이 모임을 계기로 독자노선에 발을 들여놓을지,아니면 다시 침묵으로 돌아갈지는 속단하기 어렵다.<김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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