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4년만에 최대 규모 군사 퍼레이드 준비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4호 01면

북한이 인민군 창건 75주년인 25일을 앞두고 대규모 군사 퍼레이드를 준비 중인 것으로 7일 확인됐다. 북한의 군사 퍼레이드 준비 움직임은 정권 수립 55주년인 2003년 9월 9일 이래 처음이다.

4·25 軍 창건일 맞아 … 평양으로 미사일 등 옮겨

정부 당국자는 “북한이 최근 평양 미림비행장으로 미사일과 군 트럭 등 무기ㆍ장비를 옮겨다놓고 위장막으로 가려놓은 것이 포착됐다”고 말했다. 이 미사일은 북한이 장거리탄도미사일 대포동 1, 2호를 시험 발사했던 함경북도 화대군 무수단리 미사일 기지 등에서 옮겨진 것으로 알려져 동원 장비에는 대포동 미사일도 포함됐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지금까지 대포동 미사일을 공개하지 않았다.

이 당국자는 “북한은 이들 무기와 장비를 미림비행장과 10여㎞ 떨어진 김일성 광장으로 옮겨 인민군 창건 기념행사에 동원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다른 당국자는 “북한 군인들이 열병식을 연습하는 장면도 목격된 것으로 안다”며 “연습에서는 북한이 핵 보유국임을 알리는 글귀가 새겨진 카드섹션도 있었던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의 이번 움직임은 다목적용인 것으로 풀이된다. 먼저 대미 협상을 강화하려는 시위일 가능성이다. 미국이 퍼레이드 준비를 손바닥 보듯 들여다보고 있다는 점을 북한이 모를 리 없기 때문이다. 북한이 핵 보유국이라는 점을 명확히 한 뒤 본격적인 북ㆍ미 양자협상이나 6자회담에 나서겠다는 의도도 엿보인다. 지난달 17~20일 평양을 방문한 박한식 미 조지아대 석좌교수는 “북한은 핵 보유국 자격으로 미국과의 관계정상화를 겨냥하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북ㆍ미는 마카오의 방코델타아시아(BDA)에 묶인 북한 자금의 송금 문제를 놓고 막바지 협상을 벌이고 있으며, 이 문제가 매듭되면 6자회담이 재개될 전망이다.

그런 점에서 11일부터 열리는 최고인민회의(국회) 11기 5차회의는 주목된다. 북한이 2003년 9월 군사 퍼레이드를 준비하면서 개최한 최고인민회의에서 핵 억제력 강화 결정을 내린 바 있기 때문이다.

대내 결속용 인상도 풍긴다. 군사 퍼레이드 준비와 주민 동원을 통해 체제 결속을 꾀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4ㆍ25 행사 때 대포동 미사일을 비롯한 신무기를 공개할지는 더 지켜봐야 한다. 현재의 준비작업으로 미국에 충분한 메시지를 전달했다고 판단하면 기존 장비만 선보일 수도 있다. 위장막으로 무기와 장비를 가려놓은 것은 그런 저울질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신무기 공개 등의 자극적 행위는 대북 협상을 주도하는 미 국무부의 입지를 줄일지도 모른다. 특별취재팀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