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걸’ 로라 데이비스 명예의 전당 ‘어프로치’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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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호 17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통산 20승, 메이저대회 4회 우승, 유러피언 투어 상금 1위 다섯 차례.

로라 데이비스(43ㆍ잉글랜드ㆍ사진)의 이력은 화려하다. 여자 골프의 대표적인 장타자로 1985년 프로에 데뷔한 이후 줄곧 정상급 골퍼로 군림해왔다. 유럽과 미국의 대항전인 솔하임 컵에 아홉 번이나 출전한 데이비스의 호쾌한 장타와 공격적인 플레이 스타일은 여자 골프의 인기를 높이는 데 크게 공헌했다.

데이비스와 한국의 박세리(30ㆍCJ)를 비교해보면 어떨까. 박세리는 명실상부한 한국 여자골프의 간판으로서 LPGA 데뷔 첫해인 98년에 두 개의 메이저대회를 석권한 것을 포함, 메이저 5승을 비롯해 통산 23승을 기록하고 있다.

데이비스와 박세리는 ‘LPGA 명예의 전당(LPGA Tour Hall of Fame)’에 이름을 올릴 만한 스타들이다. 특히 박세리는 올해가 가기 전에 LPGA 명예의 전당에 입성할 것이다. 미국 플로리다주 세인트 오거스틴 월드골프빌리지에 있는 명예의 전당 선정위원회는 19일(한국시간) 박세리가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의 커티스 스트레인지(53ㆍ미국) 등과 함께 11월 13일 ‘명예의 전당’에 오를 것이라고 발표했다.

하지만 데이비스가 명예의 전당에 입성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 LPGA 명예의 전당은 포인트제로 입회 선수들을 선정하고 있는데, 헌액을 위해서는 최소한 27점이 필요하다. 일반대회 우승은 1점, 메이저대회 우승은 2점을 받고 올해의 선수상이나 최저평균타수상(베어 트로피)을 수상하면 각각 1점씩 받는다. 단, 메이저 우승이 반드시 포함돼야 한다.

이 포인트 조건을 모두 충족시키고, 최소 10년간 LPGA 투어에서 활동한 선수는 자동으로 명예의 전당에 들어간다. 박세리는 2년 전 포인트를 채웠으나 10년차가 되는 올해까지 기다려야 했다.

포인트제는 99년 도입됐다. 과거에는 입회조건이 더 까다로웠다. 최소 30승 및 메이저 2승이 필요했으며 메이저도 각각 다른 대회여야 했다. 메이저 타이틀이 하나밖에 없는 선수는 35승 이상을 거뒀어야 했고(87년 낸시 로페즈가 이 조건을 충족시켰다), 메이저 우승이 없으면 투어 40승이 필요했다. LPGA에서 40승 이상 거둔 선수는 10명뿐이다. 30승 이상 기록한 선수도 17명밖에 안 된다.

데이비스는 명예의 전당에 들어가기 위해 2점을 보태야 한다. 투어 2승 내지 메이저 1승이 필요한 것이다. LPGA 투어가 아닌 국제대회에서 47승이나 거뒀지만 명예의 전당은 인정하지 않는다. 데이비스는 “미국 투어에 집중했다면 충분한 포인트를 땄겠지만 유럽무대에서 활동한 데 대해 후회가 없다”고 말한다. 그녀는 남은 점수를 획득하는 것을 새로운 도전으로 삼고 있다.

데이비스에게 아직 기회는 있다. 명예의 전당의 베테랑위원회는 매년 포인트를 채우지 못하고 은퇴한 선수 중 한 명을 선정해 LPGA 회원들의 투표로 입회 여부를 결정한다. 비미국 선수들은 국제투표인단(International Voting Body)의 투표로도 입회가 가능하다. 하지만 데이비스가 6월 LPGA 챔피언십 타이틀을 차지하면 이런 복잡한 절차는 모두 필요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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