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끔찍한 가난에 놀라움”/불 리베라시옹지 기자 방북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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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농촌 건물은 유리업어 플래스틱창문/들에 농부들 안보이고 상점은 텅비어
「끔찍한 가난,그리고 황폐한 도시들」. 최근 북한을 방문한 프랑스 리베라시옹지의 기자는 북한의 실상을 이렇게 묘사했다. 미국·일본 등 다른 서방기자들과 함께 지난 4월29일 평양을 출발,버스와 기차편으로 북한의 북쪽 국경지대까지 둘러본 뤽 랑프리에르기자는 「평양 전제군주의 음지」라는 르포기사를 통해 김일성 부자에 대한 숭배,그리고 무엇보다 예상을 초월한 가난에 놀라움을 표명했다. 다음은 랑프리에르기자의 북한방문기 요약.
러시아와 중국을 잇는 철교에 러시아열차가 지나가는 일은 거의 없어졌다. 이선필이라는 국경역장은 사회주의 붕괴이후 러시아열차의 통과가 거의 중단됐다고 말했다. 평양방문은 차라리 종교적 순례였다. 김일성경기장에서는 2시간에 걸쳐 15만 학생이 김일설생일을 축하하는 『우주의 별』이라는 공연을 외국방문객들에게 보여줬고 시내 다른 곳에서는 5천명의 음악인과 합창단이 김에 대한 송가를 불렀다.
평양으로부터 러시아국경까지의 여행은 하나의 거대한 연출이었다. 그러나 안내인들은 삶의 모습을 전적으로 지울 수는 없었다. 평양을 벗어나자 대부분 자갈길인 도로에는 차량통행이 뜸했고 들에는 일부 소형 트랙터가 보이긴 했으나 소들이 쟁기를 끌고 있었다. 멀지 않은 곳에 「김일성동지가 만살까지 장수하길 기원한다」는 표어가 보였다.
일군의 농부들이 삽으로 흙을 뒤엎고 있었다. 마을의 집들도 빈약하기 그지없었다. 기와로 덮인 가옥들은 굴뚝수로 미뤄 작고 흰 집마다 4∼5가구가 살고있는 듯 했으며 집주위에는 강낭콩을 세우는 가느다란 지주들이 들어서 있었다.
평양으로부터 한시간 거리인 선천에 들어서자 「성공」의 선전장인 평양에 대한 기억은 곧 사라져버렸다. 도시마다 거대한 김일성동상이 있었지만 석탄에 의해 까맣게 된 집들이 일상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줬다. 중국인여행자들이 북한에 대해 「상상을 초월한 가난」이라고 증언했듯이….
기차로 지나친 다른 마을들의 대부분 건물들은 미완성이거나 아니면 폐허상태로 남아있었다. 유리가 없어 대신 플래스틱으로 창문을 달고 있었다. 일행이 지나간 북부 농촌지역의 경우 들에 농부들이 거의 보이지 않았다. 마을에는 주민들이 보이지 않았는데 학교교사들은 일행이 지나치자 학생들에게 빨리 학교안으로 들어가라고 다그쳤다.
나진·청진·선봉 등 북부 항구도시들을 방문할 때도 일행과 주민들과의 최소한 접촉을 막기위한 모든 조치가 취해졌다. 나진항의 경우 2천명에 달하는 항구직원들이 때마침 일제 휴가중이었고 인구 10만명이라는 이 도시의 거리에도 수십명의 여성들이 한복을 입은 부자연스런 모습으로 지나간 외에 삶의 흔적을 좀처럼 발견하기 힘들었다.
길가의 가게들은 물건이 차있는 듯 보였으나 가까이 가보니 모두 가짜였다. 예기치 않은 열차고자응로 선봉시내 한 가게를 살펴볼 기회를 가졌는데 텅빈 가게안 모습이 진열대에 의해 감춰져 있었다.
동북의 주공업도시인 청진은 기차에서 본 모습이 19세기의 버려진 산업지대 같았다. 철강·화학단지의 매연아래 폐허화된 회색빛 건물,낮고 초라한 가옥 등이 자리잡고 있었으며 증기기관차가 아직 달리고 있었으나 일부는 역구내에서 녹슬고 있었다.
일행이 더 이상 븐 것을 방지하기 위해 안내원들은 당초 계획했던 시내의 호텔 대신 수킬로미터 떨어진 조그만 역에 열차를 세우고 밤을 보내는 바람에 일행은 밤 외출을 삼갈 수 밖에 없었다.<파리=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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