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동물 사료 전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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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미국과 중국이 이번엔 동물 사료를 놓고 통상 마찰 조짐을 보이고 있다.

최근 중국에서 수입한 사료용 밀단백에서 유해 물질인 멜라민이 검출된 데 이어 이 물질이 사람이 먹는 식품에도 사용됐을 가능성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미국에선 이 밀단백으로 만든 사료를 먹은 애완동물 수십 마리가 숨지고, 수천 마리가 신장질환을 일으킨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24일 멜라민을 함유한 중국산 밀단백이 식품에도 쓰였을 가능성을 조사하기 시작했다.

FDA는 또 문제의 중국산 밀단백을 원료로 만든 돼지 사료가 노스캐롤라이나.사우스캐롤라이나.캘리포니아.뉴욕.유타.오하이오 등에서 수천 마리의 돼지에게 공급된 사실을 뒤늦게 확인했다고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이 26일 보도했다. 미주리에선 몇몇 양계장에도 문제의 사료가 공급된 것으로 전해졌다.

FDA는 미국 내에서 유통되고 있는 중국산 쌀단백, 옥수수단백, 식용 옥수수 가루에 대해서도 조사할 예정이다.

이들 원료는 피자, 유아식, 다이어트용 간식 등 식품의 원료로 널리 쓰이고 있어 멜라민 같은 유해 성분이 검출되면 사태가 식품 수입 규제 전반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미국의 사료회사 스마트팩은 중국산 쌀단백을 원료로 만든 사료를 전량 리콜하기로 결정했다. 또 중국산 밀단백을 애완동물 사료의 원료로 쓴 '메뉴푸드' '프록터앤드갬블' '콜게이트' '네슬레' '델몬트' 등 100여 개 브랜드의 사료도 리콜 조치됐다.

24일 워싱턴 의회에서 열린 청문회에 출석한 미 수입업자들은 자신들은 정식 루트를 거쳐 중국산 원료를 수입한 것일 뿐 중국 업자들이 여기에 멜라민을 넣은 사실을 전혀 몰랐다고 주장했다. 자신들도 피해자라는 것이다.

중국 측은 중국에선 이 같은 사고가 한 번도 없었다고 주장하다가 일단 밀단백을 수출했던 두 개 회사의 수출을 금지시켰다. 또 그동안 자체 조사를 진행 중이란 이유로 입국을 막았던 FDA 관계자들의 중국 입국을 허용했다.

뉴욕 타임스는 FDA의 조사 결과 중국 업체들이 멜라민의 유해성을 알면서도 밀단백의 성분을 인위적으로 조작하기 위해 멜라민을 넣은 것으로 확인될 경우 미국과 중국 간에 심각한 통상 마찰을 빚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지영 기자

◆ 멜라민=플라스틱 그릇이나 비료를 만들 때 쓰는 유독성 화학물질. 미 FDA는 이를 식용으로 쓰지 못하도록 엄격히 규제하고 있다. 중국 업체는 밀단백의 단백질 함유량을 높이려고 이 물질을 첨가했을 공산이 크다고 미 언론들은 보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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