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만에 직장서 만난 사제/중학때 두 선생님과 함께 교육부계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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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사은회 참석한 스승들은 “쑥스럽구만”
까까머리 중학생과 근엄하던 담임선생님이 20년의 세월이 흐른뒤 한 직장에서 다시 만났다. 스승의 날(15일)을 앞두고 12일 오후 서울 교육문화회관에서 열린 교육부직원 은사초청 사은회에 제자는 같은 계장급 동료가 된 스승을 초대했고,스승은 쑥스러워하면서도 기꺼이 응해 20년전의 사제로 돌아갔다.
『가까이서 자주 뵈면서도 정식으로 한번 모시지 못해 죄송스러웠는데 이런 기회를 갖게 돼 기쁩니다.』
『윗분들도 다 참석하시는 행사에서 새삼 스승 행세를 해야 한다니 좀 쑥스럽구만. 어쨌든 고맙네.』
화제의 주인공은 교육부 교직국의 신철지교육연구관(52)·이덕희교육연구사(51)와 옆 사무실인 사회국제교육국의 김인희사무관(33). 서울 휘경중에서 사제의 연을 맺은 이들은 신 연구관이 1학년때,이 연구사가 2학년때 김 사무관의 담임이었고 김 사무관은 그 때마다 반장을 맡았던 모범생이었다.
『지난 2월 교육부로 발령받고 며칠 지났을 때였어요. 복도를 지나가는데 신 선생님이 엘리베이터 앞에 서계시더라고요. 「선생님,여기서 근무하세요? 저 인희입니다」했더니 금방 알아보시더군요.』
김 사무관은 인창고·서울대사대 사회교육과를 거쳐 83년 행정고시(교육직)에 합격,충남도교육청·천안농고 서무과장 근무를 마치고 2월 본부로 발령받았다. 신 연구관은 장위중 교감을 마치고 지난해 3월부터,이 연구사는 이보다 훨신 앞서 88년부터 본부에서 근무해와 사제는 넉달째 한 직장에 근무중이다.
김 사무관은 『중학교시절 신 연구관은 항상 진지하고 다소 엄했던 반면 이 연구사는 늘 자상하고 따뜻한 분이었다』고 회고하고 『선생님들을 도와 시험지 채점·환경미화작업 등을 하고 밤늦게 함께 교문을 나서던 기억이 새롭다』고 말했다.
『선생님,교육부에서 오래 근무하시고 한참 있다가 일선 학교로 나가세요. 옆사무실에 계시니 얼마나 든든한지 몰라요.』
『예끼,그러다 자네가 계속 진급해 우리 상사로 오게 되면 어떡하나. 그때는 도망도 못가잖아. 빨리 학교로 나가야지.』
모두 서울대사대 동창(신 연구관은 교육행정과,이 연구사는 사회교육과)이기도한 3명의 스승과 제자는 한바탕 너털웃음을 터뜨렸다.<김동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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