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자금 「빈익빈 부익부」심화/중기,채권시장서도 냉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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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대기업 사채금리 오히려 내려
한은이 은행돈줄을 죄는 것은 무차별적일 수 밖에 없지만 최근의 「4월말 자금난」고개를 넘는 중소기업들은 대기업에 비해 훨씬 허리가 휜다.
이른바 총수요관리속에 자금의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심화되는 것이다.
특히 지난 90년부터 시작된 상장사 부도의 여파가 급기야 부실해진 금융기관들의 중소기업회사채지급보증 기피로 이어지면서 이달들어 회사채 발행물량이 만기도래분에도 못미치는 사태가 벌어져 은행에서 냉대받는 중소기업들이 채권시장에서도 외면당해 자금난이 가중되고 있다.
반면 대기업만 상대하는 사채시장의 금리는 최근 오히려 내려가고 있고,역시 대기업 위주인 중개어음시장은 여전히 활기를 띠고 있다.
28일 금융·증권업계에 따르면 이달중 회사채발행물량은 모두 9천5백7억원으로 정해졌으나 상당수의 중소기업들이 금융기관보증을 못받는 바람에 실제발행물량은 이것의 61.7%인 5천8백66억원에 불과하게 됐다.
특히 이같은 발행물량은 4월중 만기가 돌아온 6천3백35억원규모보다도 4백69억원어치가 모자라는 것으로 이처럼 차환용회사채도 다 소화하지 못한 것은 극히 드문 일이다.
회사채발행계획에 차질을 빚은 중소기업들은 돈을 급히 구하는 과정에서 평소보다 비싼 금리를 무는등 차입조건이 더욱 나빠지고 있는 형편이다.
반면 은행의 초단기대출금리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서울 명동사채시장의 A급어음금리는 27일 현재 연 17.2%로 지난 15일의 18%에 비해 오히려 0.8%포인트 떨어졌다. 자금위기에 몰리는 대기업들이 그만큼 적어졌다는 이야기다.
또 중개어음발행잔고는 약 3조원으로 대기업들의 자금조달창구역할에 손색이 없는 상태다. 금융계 관계자들은 27일 부가세납부로 은행예금이 국고로 대거 넘어갔기 때문에 본격적인 「4월자금난」은 이제부터가 시작이라고 보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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