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타타」열풍(분수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아름다운 얼굴이었지만 절름발이였던 영국의 낭만파 시인 바이런이 20세때 스페인·그리스 등 중근동 지방을 여행하면서 수천년 역사의 폐허에서 느낀 것을 자유분방한 시상에 담아 만들어낸 작품이 유명한 장시 『차일드 해럴드의 순례』다. 이 작품은 출판 되자마자 선풍적인 화제를 불러일으켜 무명의 바이런을 하루 아침에 대시인의 자리에 올려놓았다. 후에 바이런은 이렇게 술회했다. 『하루아침 잠을 깨니 내가 유명해진 것을 알았다.』
18세기의 일이지만 현대사회에서는 무명이었던 사람이 하루아침에 유명해지는 사례가 얼마든지 있다.
우리사회에서는 최근 『타타타』라는 다소 이색적인 대중가요가 단시일내에 최정상인 인기가요로 치솟고 있다. 그 노래를 부른 가수가 데뷔 20여년간의 「무명」의 설움을 씻고 하루아침에 톱싱어로 올라섰음은 물론이다.
작곡된 것이 87년이었고 취입된 것이 90년이었던 이 노래가 5년만에 느닷없이 한국 최고가요로 부상한 것은 TV 인기연속극 『사랑이 뭐길래』의 삽입곡으로 사용되면서부터다.
연속극의 집필작가가 달리는 차안에서 우연히 그 노래를 듣고 드라마의 분위기에 맞아 선곡했다는 것이며,작곡 당초에는 당시 최고 인기가수에게 곡이 주어져 취입까지 했으나 반응이 시원찮아 사장됐다가 3년만에 가수를 바꿔 재취입케 했다는 뒷얘기도 노래에 얽힌 화제에 얹혀있다.
그러나 문제는 이 노래가 하루아침에 유명해진 과정에 있는 것도 아니고,그 노래를 부른 가수에게 있는 것도 아니다.
이 노래의 가사와 창법에 담겨져 있는 독특한 냉소적 분위기를 감안해 보면 이 노래가 갑작스럽게 최고의 인기를 누리게 된 배경은 우리사회가 안고있는 여러가지 문제들과 무관할 수 없지 않겠는가 하는 것이다.
『타타타』라는 제목은 산스크리트어의 「그래,바로 그거야」라는 뜻이며,가사속의 『… 한치 앞도 몰라 다 안다면 재미없지… 우리네 헛짚는 인생살이…』 따위의 내용은 사람들로 하여금 삶의 가치와 의미를 스스로 평가절하시킬 위험성도 다분히 있다. 인생이 그저 그렇고 그런 것이라는 뜻이라면 아무리 대중가요라도 그 인기의 배경을 심각하게 되새겨볼 필요가 있지 않겠는가.<정규웅 논설위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