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전… 반년간 해야하나/대권경선 정치낭비 심하다(특별기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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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경제등 현안 뒷전… 상대 비방 가열조짐/“상처뿐인 영광”… 「통치위엄」설까 걱정
3·24 총선거가 끝나기 무섭게,또 그 선거의 열기와 흥분이 채 가라앉기도 전에 사람들의 이목과 관심이 민자당의 차기 대통령후보 경선문제에 집중되고 있다.
요즘 정부·여당에 대한 국민의 인기나 지지도로 보아서는 여당의 대권후보자 선발이 차기대권의 계승을 보장하는 것도 아닌 것 같다. 그런데도 왜들 한 정당의 대권후보 경선 준비과정이 거의 두달전부터 날마다 시시콜콜 매스컴에 크게 다루어지고 있는 것일까.
금년 12월에 있을 대통령 선거가 우리국민에게 매우 중요한 의의를 가짐은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현재 우리나라가 당면하고 있는 경제불황이나 해이된 사회기강,또 심각한 정치적 대립양상으로 보아서는 누가 대통령이 된다고 해도 해결의 실마리가 쉽게 풀릴 전망이 보이지 않는다. 그런데도 대통령선거전 9개월,아니 작년 연말부터 대권후보 문제밖에는 이나라에는 관심사가 없다는듯이 보도논평 되어왔으니 짜증스럽기까지 하다.
현재 민자당의 대선후보는 김영삼·이종찬 두후보로 압축되어 있고 당지도층이나 당원들도 양진영으로 갈라져 그 대립이 나날이 첨예화 되고있다. 5월19일 민자당의 전당대회에서 두 후보중 한사람이 후보로 결정되겠지만 현재의 대립양상으로 보아서는 승자측도 큰 상처를 입지않고는 대통령 후보가 되기 어려울듯 하다. 패자측역시 씻을 수 없는 통분과 원한의 마음으로 밀려날 것이 틀림없다.
민자당의 후보경선이 끝나기 무섭게 그 후보는 아마도 민주당의 김대중 후보와 국민당의 정주영 후보와 피나는 3파전을 벌이게 될 것이다. 그리고 대선때까지 장장 7개월동안 서로간에 노골적인 인신공격·폭로전술·흑색선전·음해와 모략이 계속되어 국민을 경악케 할 것 같다. 그중 누가 대통령에 당선된다 해도 그후 5년동안 나라를 통치할 수 있는 위엄이나 인망이 남아날 것 같지 않다. 게다가 7개월간의 혼전투구는 각 당 대통령후보간의 개인적인 원한에 머무르지 않고 지지세력간에도 골수에 사무치는 적대의식과 보복심리로 내면화될 것이다. 그것이 또 차기정부의 정치적 불안요인으로 작용하게 될 것이 틀림없다.
이러한 선거과열로 인한 정치적 후퇴와 망국조짐을 미연에 방지하는 방법은 없을까. 물론 쉽지않으나 없지도 않다. 그것은 대통령제의 폐단을 이 나라의 실정에 맞도록 고쳐 의원내각제적인 요소를 가미한 절충형 정부형태로 개헌하는 일이다. 그러나 이것이 현실적으로 어려울 때에는 현행 헌법을 의원내각제 적으로 운영하도록 여당과 야당이 합의해 합심노력 하는 길이다.
이것은 정부·여당에만 유익한 것이 아니라 야당에 더 유리하기 때문에 민주당이나 국민당이 이성과 양식이 있다면 끝내 반대할 이유가 없다고 본다.
선진민주국가에서는 민주정치가 마치 전국민이 즐기는 큰 스포츠(National Sports)처럼 제도화 되어있다. 예를든다면 미국에서는 공화당과 민주당의 대통령선거는 야구나 축구의 내셔널리그나 아메리칸리그 끝에 치르는 월드시리즈 결승전과 같이 국민의 흥미거리가 되어왔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정치가 빙그레·해태·삼성의 야구경기나 일화·현대·대우의 축구경기와 같은 흥미있는 스포츠가 될 수 없다. 그보다는 전재산과 생명을 걸고 하는 노름과 같다. 거기서 돈을 딴 사람은 불안해서 눈에 살기가 서리고 돈을 잃은 사람들은 분해서 그 생명 다하도록 한번 이겨보고자 치를 떨며 계속 도전해 보는 중독자다.
이것은 민주정치가 전제하는 이성과 양식의 세계와는 거리가 너무 먼 것이고 이것이 야당이 대통령제를 고집해온 원인이 되어왔다고 볼 수 있다.
이런 정치풍토를 감안해 필자는 사람들의 오해와 냉소를 무릅쓰고 대통령제가 우리나라에는 적합하지 않으므로 의원내각제에 가까운 절충형 정부형태를 주장해왔다.
이런 제도하에서는 첫째,대통령이 통치권력을 독점하지 못하고 내각총리와 나누어 가지므로 대통령 권력에 대한 집념이 없어진다.
둘째,내각총리의 자리는 일이 잘못될 때마다 책임지고 물러나야 하므로 대권후보자들이 한두번 이상 행정부 수반의 자리에 올라서서 소신을 펼 수 있다.
셋째,자신이 행정수반으로 일할때 다른 정치세력의 지지·협조를 받기위해서도 다른사람의 내각에 협조하는 풍토가 조성되는 이점을 안고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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