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비즈] "도요타 품질 노하우 한국에 알려줘서 고맙다" 감사의 훈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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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요타생산방식(TPS:Toyota Production System)은 세계 자동차 업체 가운데 가장 이익을 많이 내는 도요타를 이끈 핵심 노하우다. 국내 1000여 개 대기업과 중소기업들은 지난 18년간 TPS가 적용되는 생산 현장을 견학했다. 1~2일간 연수를 받은 기술자는 모두 2만여 명. 그러나 이들이 견학한 곳은 도요타가 아니었다.

이들 국내 기술자들을 TPS의 세계로 이끈 사람은 기후차체공업의 호시노 테츠오(星野鐵夫.71) 회장이다. 그는 도요타의 승합차를 조립하는 도요타 8대 협력업체 사장으로, TPS의 창시자로 알려진 도요타의 고(故) 오노 다이이치 부사장의 제자이다. 호시노 회장은 도요타가 문을 열지 않아 TPS를 배우고 싶어도 배우지 못하는 한국 기업들에 자신의 회사문을 열어 보여 주었다.

이에 송민순 외교통상부 장관은 23일 대통령 대리자격으로 호시노 회장에게 수교훈장 숭례장을 수여했다. "일본 기업이 핵심적인 경영 노하우를 국내 기업에 전수한 모범 사례로 높이 평가해 수교훈장을 수여하기로 결정했다"고 외교부는 밝혔다.

호시노 회장은 "87년 오노 다이이치 도요타 전무가 전경련 강연에서 TPS에 대해 강연한 후 한국 기업들이 이를 전수해달라고 요청했고, 오노 전무는 나에게 한국기업을 도와주지 않겠느냐고 해서 그렇게 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TPS는 책으로도 많이 소개됐지만 직접 현장에서 봐야 알 수 있다"며 "지난 18년 동안 공장을 견학했던 한국 기업 100여 곳에 다녀 봤는데 제조 현장의 사람들이 많이 바뀐 모습을 볼 수 있어서 큰 보람을 느꼈다"고 말했다.

TPS란 근로자 스스로 작업장의 문제를 발견해 해결하는 독특한 생산 방식이다. 도요타에선 작업자가 문제를 발견하면 조립라인에 걸린 하얀 끈을 잡아당긴다. 그러면 음악과 함께 생산 공정이 중단되고, 담당자들이 문제해결 방안을 논의한다. 작업자가 스스로 판단해 생산라인을 멈춘다는 것은 전통적인 자동차 생산 방식에선 상상도 못했던 일이다. 다른 회사의 경우 종업원들은 일손을 놓고 기술자가 문제를 해결할 때까지 쉬는 것뿐이었다. 도요타는 스스로 문제를 찾아 지혜를 모으는 과정을 거치면서 직원들의 생산성은 빠르게 높아졌다. 자동차를 조립하는 업무에서도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게 되자 일에 재미를 느낀 직원들이 열정을 쏟았다.

이 프로그램이 유명해지면서 도요타 본사 공장 견학 요구는 급증했지만 도요타는 접근을 허용하지 않았다. 현재 도요타 본사 공장은 개인자격이나 학생들에 한해 공장 견학을 허용하고 있다. 이런 국내 수요에 물꼬를 터준 것이 호시노 회장이었던 것이다. 1990년 24명으로 시작한 TPS 연수 프로그램은 해마다 수백 명씩 늘어 2005년엔 3200여 명이 참가했다.

정용환 기자

◆수교훈장=국권을 신장시키거나 우방과의 친선에 공헌이 뚜렷한 인사에게 수여하는 훈장. 주로 주한 대사들이 대상자였다. 5등급이 있으며 숭례장은 3등급 훈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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