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섬사회』저자 레스터서로교수/새로 내놓은책『헤드 투 헤드』화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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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21세기는 유럽의 시대”/미·일과 치열한 각축 결국 최후 승리/구소 과학­독 생산능력등 합치면 “막강”
19세기는 유럽,특히 영국의 세기였으며 20세기는 미국의 세기였다. 그러면 21세기는 어떻게 될 것인가. 지난 80년 『제로섬 사회』를 발간,미국을 「더이상 번영을 기대할 수 없는 제로섬 사회」로 규정함으로써 세계적 주목을 받았던 미 MIT대 레스터 서로 교수는 그의 신저 『헤드 투 헤드(Head to Head)』에서 21세기는 유럽·일본·미국 3자가 치열한 각축을 벌일 것이나 최후 승자는 유럽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서로 교수는 동서냉전의 종식,유럽공동체(EC)에 의한 유럽통합으로 현재 유럽은 과거 50년과는 전혀 다른 시대를 맞고 있으며 미국·일본을 제치고 21세기의 주역이 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다음은 10일부터 발매된 서로 교수의 저서를 요약한 것이다.<편집자주>
21세기는 ▲유럽의 공동체적 자본주의 ▲일본의 정경합일 자본주의 ▲미국의 개인주의적 자본주의가 치열한 브랜드경쟁을 벌이게 된다.
이 경쟁에서 ▲일본은 지금까지 지속적 성장을 해온 관성적 힘 ▲유럽은 가장 강력한 전략적 위치 ▲미국은 실제 경제 자산과 위기에 대처하는 유연성이라는 강점을 각각 갖고 임하게 된다.
일본은 지난 20년을 되돌아 보면 21세기를 점거하는 경제적 영예를 차지할 국가로 지목된다.
그러나 일본은 많은 약점도 있다.
일본의 최대 약점은 21세기 경쟁에서 기업들은 다른 문화와 인종을 단일인종팀으로 통합할 것이 요구되는데 그 역사·전통·문화 등으로 보아 이같은 요구충족은 불가능하다.
둘째는 신제품 발명능력의 한계이다.
일본은 절차적 기술(다른 기술의 복사) 능력으로 발전해왔으나 이를 계속할 경우 경제적 향상은 경쟁국의 발전속도에 제약받게 된다.
역사적으로 보아 다른 나라를 따라잡기 위한 복사위주 기술은 게임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불가피하나 경쟁국보다 앞서기 위해서는 선도자가 되어야 한다.
미국이 19세기 영국의 기술을 복사하다 과학기술의 지도국이 되는데는 50년이 걸렸다.
일본의 세번째 문제는 수출주도 경제다. 일본은 성장을 위해 세계시장을 계속 넓혀야 하나 여타 세계는 일본의 수출물량이 커짐에 따라 대일규제를 통해 수출주도 경제를 억제하려 할 것이다.
일본은 이때문에 내수중심 경제로 전환이 불가피하고 이는 유럽과 북미의 무역블록발전으로 가속될 것이며 이는 일본에 새로운 도전이 될 것이다.
유럽은 80년대에 발전이 더뎠으나 90년대는 가장 강력한 전략적 지위를 갖고 출발한다.
3억4천만 인구가 통합하고 점차 나머지 유럽이 흡수돼 또다른 5억 인구를 합치면 유럽의 8억5천만 인구는 인구의 규모뿐 아니라 지구상에서 잘 교육받고 가난하지 않은 인구가 유럽의 한지붕 아래 모이게 됨을 의미한다. 유럽의 가장 큰 이점은 거의 모든 인구가 잘 교육된 점이다.
여기에 ▲생산과 무역에서 세계의 지도국인 독일 ▲과학기술의 선두국인 구소련이 있고 ▲이탈리아와 프랑스의 디자인 ▲세계수준의 런던 금융시장이 합치면 상대하기 어려운 힘이 창조될 것이다.
유럽이 21세기의 무역규칙을 선도할 이점을 갖고 있는 것도 강점이다.
이것만으로 유럽이 승리할 수는 물론 없다.
승리를 위해 유럽은 올바른 길을 정확히 가야 하는데 여기에는 두가지 문제가 있다. 하나는 서유럽이 실질적으로 통합하고 이 통합이 중·동유럽으로 확대되는 것이고 또 하나는 중·동유럽의 전공산경제가 시장경제로 성공하는 것이다.
미국은 21세기에도 군사강대국을 유지해야 하기 때문에 조건이 불리하다.
미국은 21세기 경제경쟁에서 다른 경쟁자들보다 동원할 실질 경제자산을 더 많이 갖고 출발한다.
미국의 실질경제자산은 앞선 기술과 최고의 국민소득,그리고 제일 높은 평균생산성이다. 여기에 대학졸업 노동력이 세계 최상이고 국내 시장 규모는 일본보다 훨씬 크고 유럽보다 단일인종적이다.
미국의 이같은 출발의 이점은 그러나 ▲퇴보하고 있는 교육제도·높은 소비·낮은 투자 ▲엄청난 외채 등으로 낭비되고 있다. 미국은 21세기 경제경쟁에 가장 준비가 덜 되어있다. 미국의 미래에 대한 투자는 세계적 수준이 못되어 노동자 1인당 공장설비투자는 독일의 절반,일본의 3분의 1에 머무르고 민간의 연구개발지출은 독일·일본보다 40∼50%가 적다.
21세기에 경제전쟁을 펼치게 될 미·일·유럽은 그들의 약점을 각각 보완하는데 승패가 달려 있으며 미국과 일본은 통합유럽에 비해 이들 약점을 극복하기가 훨씬 어렵다.<뉴욕=박준영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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