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YS 묵계」있나 없나/굳어진 경선… YS 수용배경 궁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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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JP와 역할분담 추측 친김계/YS 발목잡기 해석 반김계/노대통령 특정인 공개지지 물건너가
노태우 대통령과 김영삼 대표간의 9일 청와대 주례회동에서 김대표가 제한 경선주장을 완전 포기하고 자유경선 원칙에 합의한 것으로 밝혀지자 그 배경을 놓고 추측이 구구하다.
9일 회동으로 확실해진 것은 이제 노대통령이 최소한 공개적으로는 어느 특정인을 지원·지지하기가 어려워졌다는 것.
노대통령이 자유경선을 밝혔으니 외형상으로나마 「중립」은 불가피해 보이며 아울러 이에 동의한 김대표도 노대통령의 지원이 없다는 이유로 경선을 포기하기는 어렵게 됐다.
그러나 그럴수록 노­김간 내밀한 약속이 있지않았겠느냐는게 민자당내 친김파의 기대며 반김파의 의구심이어서 궁금증을 더하고 있다.
그동안 친김 진영에선 대의원 지분에서의 열세를 이유로 내세워 YS 후보단일화에 의한 축제대회·후보 사전조정·제한경선 등 사실상 자유경선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줄기차게 흘러나왔었다.
그런데 이날 김대표가 자신의 발목을 스스로 묶는거나 다름없다고까지 비쳐지는 「자유경선」수용의 배경이 수수께끼로 남게됐다.
이날의 회동결과가 나오자 친김 집안에선 『두사람간에 이견이 없다는 의미이며 잘풀려가고 있음이 확인된 셈』이라며 반색하고 반김 동네에선 『YS가 여론에 밀렸다』고 회심의 미소를 짓는등 서로 잘된 것이라고 해석하고 있어 겉만봐선 도무지 아리송하다.
다만 양쪽 모두 내막적으론 『덫에 걸린게 아닌가』(친김),『YS가 뭔가 승산의 담보를 거머쥔게 아닐지』(반김) 등 의혹을 떨쳐버리지 못하고 있는 대목에서 김대표 나름으로는 승리의 자신감을 갖게됐다는 점과 그렇다 하더라도 그 상황은 가변적일 수 있다는 점을 추측할 수 있다.
김대표로선 경선패배는 곧 그의 정치파산을 뜻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만큼 패배의 가능성이 꽤 있다싶은 경선엔 응하지 않을 것이란게 일반적 관측이며 민주계 인사들도 공공연히 그런식으로 말하고 있다.
그렇다면 김대표가 자신감을 갖는 묵계와 같은 것이 과연 있었느냐는데 관심의 초점이 쏠리게 된다.
친김파는 8∼9일 사이에 이뤄진 노­JP,YS­JP,노­YS간 3각회동에 초점을 맞추면서 3자 사이의 고리역할을 하고있는 JP와의 연대가 성사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두김씨의 회동에서 구체적으로 무슨 이야기가 오고 갔는지는 전혀 알려지지 않고있지만 ▲김대표는 김최고위원으로부터 고무적인 시사를 받았고 ▲그때문에 회동후 『잘풀렸다』고 밝은 표정을 지었으며 ▲자유경선을 선뜻 수용할 수 있었지 않았겠느냐고 관측되고 있다.
민주계는 한때 9일 주례회동에선 민정계 단일화 모임중지등 조건제시와 함께 경선포기등 통첩성 담판을 계획하는 등 위기감이 팽배해 있었으나 두 김회동 이후 분위기가 반전됨으로써 YS­JP 제휴냄새를 짙게 풍기려 하고있다.
양김 제휴라 하더라도 친김파와 공화계를 합친 대의원 수만으로는 과반수를 장담할 수 없어 산술적 측면에서의 의미는 결정적일만큼 큰 것은 아닐 수도 있다.
그러나 두 김회동이 노­JP회동 직후 이뤄졌기 때문에 두김 제휴가 이뤄진다면 이는 곧 노대통령의 의중으로도 해석되는 상징적 의미가 담겨있는 만큼 노대통령 직계등 중도 관망파가 대거 몰려 대세를 결정짓게 될 것이라고 예상할 수가 있다.
반김 7인협의체 한 멤버도 『YS­JP의 연대가 사실이라면 민정계는 와해된다』고 전망했다.
두사람의 제휴를 가정했을때 김최고위원이 노린 정치적 이득이 무엇일까를 놓고 억측이 분분하다.
「YS후보」와 「JP당권」의 역할분담론이 성급히 거론되는가 하면 당을 깨선 안된다는 상황론과 자칫하면 뒷전으로 밀려나게 된다는 현실론에 입각,그같이 결정하게 될 것이라는 추측 등이 설왕설래 되고있다.
그러나 김최고위원은 뚜렷한 입장표명은 유보시켜 놓고 있고 반김파의 해석대로 YS를 전당대회장까지 끌고가기 위한 일시적인 발목잡기 작전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또 현재로선 역할분담을 전제한 제휴약속을 논의하기엔 시기가 너무이르다.
더군다나 민정계는 김최고위원이 『종전의 입장과 다른 것이 없다』고 언명한데서 상당히 고무받고 있다.
박태준 최고위원쪽은 김최고위원과의 별도회동에서 JP가 『이심전심』이라고 던진 대목에 크게 안도하고 있다고 흘리고 있다.
친김파는 자유경선의 시나리오로 JP와의 연대 이외에 ▲민정계 관리자로서 노대통령의 의중으로 비칠 수 있는 박태준 최고위원의 경선포기 ▲노대통령이 청와대 참모 또는 중도성격의 원로등 대리인을 시켜 막후 지원함으로써 김대표가 「빛」을 낼 수 있는 전당대회를 상정해 놓고 있다. 따라서 김대표가 자유경선을 수용한 것은 바로 그러한 바탕이 충분히 마련됐음을 뜻한다는 것이며 그런 점에서 모종의 언질이나 최소한 교감은 있었을 것이라고 믿는 것이다. 그러나 이점에 대해서 김대표 자신은 일체 함구하고 있어 민주계 조차도 답답해 하고있다. 김대표는 노대통령이 세 최고위원이 있는 자리에서 자신에 대한 지지표명을 했고 민정계를 책임지겠다고 말한바 있다고 하고있으나 다른 최고위원들은 그런 적이 없다고 하고있다. 청와대측은 최근 비서진들에까지 입조심 하도록 강력히 경고하고 있어 「엄정관리」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더군다나 앞서도 언급했듯 JP와의 제휴여부가 여전히 불투명 하고,박최고위원의 경선포기 기미가 아직 보이지 않을뿐더러,박최고위원이 아니더라도 반김 후보단일화가 이뤄질경우 대의원 분포가 팽팽해 결과를 예측하기는 매우 힘든 상황이다. 친김파는 자신들의 시나리오를 기정사실처럼 떠벌리며 대세를 장악해나갈 방침이나 묵계설이 마냥 지속되기는 어려울 것이다. 반김파는 이같은 허점을 노려 공화계의 친김 선회를 차단하며 후보단일화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여 민자당의 대권후보 경쟁은 여전히 예측불능의 혼미속을 표류할 것으로 보인다.<허남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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