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국자녀」"적응단계" 필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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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국제화추세에 따라 해외에서 장기간 체류하는 외교관·해외파견공무원·기업체해외지사 직원 등이 늘어나면서 이들 부모와 함께 귀국한 학생들의 교육문제가 심각하다.
이들 학생들은 수년간의 외국생활로 인해 문화적 충격 뿐 아니라 언어·교육과정·생활태도 등에서도 혼란을 겪고있어 일정기간 적응교육이 필요한데도 귀국하자마자 곧바로 국내학교로 전입돼 국내학교생활적응에 큰 어려움을 겪고있다.
국제교육진흥원에 따르면 현재 2년 이상 해외에 체류하다 귀국한 초·중·고생 수는 8천여 명. 서울의 경우 89년 1천8백7명, 90년 1천8백85명이던 것이 지난해에는 2천2백96명으로 늘어나 최근 3년 동안 5천988%명의 귀국학생이 일반학교에 전입했으며 앞으로 귀국학생 수는 계속 큰 폭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귀국학생 부적응=일선학교교사들은 부적응 학생의 경우 대개 언어·생활태도· 교과학습 부적응으로 나뉜다고 지적한다.
서울시교육청이 지난해서울시내에 재학중인 귀국학생 4천4백39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것에 따르면 학습 면에서 어려움을 겪는 학생 대부분이「국어실력부족」으로 특히 초등학생이 전체의 66%로 자장 높았고 다음으로 중학생 52%, 고등학생 45%순서이었다. 학년이 낮을수록 우리말 적응이 어렵게 나타난 것은 우리말을 제대로 익히지 못한 상태에서 장기간 해외에서 생활한 때문으로 보인다.
생활 면에서 초등학생의 경우 교우관계를 가장 어려운 점으로 꼽았고(34%) 생활습관 차이가 255였고 책가방이 너무 무겁다고 응답한 학생도 11%이었다.
중학생은 학교생활이 자유롭지 못하고 시간적 여유가 없다가 20·7%, 교우관계 18%, 생활습관차이를 11·1%로 각각 들었으며 고등학생도 중학생과 비슷한 경향을 보였다.
◇실태=85년 2월부터 지난해 2월까지 미국뉴욕에서 근무했던 공무원 이 모씨(48·서초동) 는『지난해 3월 큰아들을 고교2학년에 전입시켰으나 친구들과 좀체 어울리지 못하고 교과학습이나 학교생활에 적응치 못하는 등 심한 우울증을 느끼다 한달 동안 정신병원에 입원까지 한 끝에 결국 자퇴하고 현재 집에서 따로 공부를 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86년 항공사 직원인 아버지를 따라 독일에서 5년간 생활하다 지난해 귀국, 서울 S국교 6학년에 재학중인 김 모군(13)은『선생님들이 너무 엄격해 무섭다』고 말했다. 김 군은 또 『반 친구들이 우리말 발음이 이상하다고 놀리고 외국 살다온 티내지 말라고 욕하기도 한다』면서『학교생활이 너무 부담스러워 솔직히 학교에 가고 싶은 마음이 안 생긴다』고 했다.
◇대책=교육관계자들은 현재 귀국학생들이 곧바로 일반학교에 편입함으로써 이들의 국내학교 적응이 큰 문제라고 지적하고 있다.
따라서 귀국학생의 경우일정기간 적응훈련을 마치고 일반학교에 편입할 수 있도록 적응훈련기관을 설립하는 등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할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정재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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