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네티즌 "총을 쏜 자는 미국인…우리 모두의 책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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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명의 목숨을 앗아간 사상 최악의 미국 버지니아 공대(버지니아텍) 총기난사 사건에 대해 미국 네티즌이 뜨거운 토론을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범인이 한국계라는 사실과 관련, 한국 혹은 한국인을 공격하거나 비하하는 반응은 거의 눈에 띄지 않는다. 범인으로 알려진 조승희(23)씨가 한국 태생이긴 하지만 어릴 때 미국으로 이민와 미국 문화에서 자란 '미국인'이며 정신과 치료가 필요한 환자라는 사실을 강조하는 글이 대부분이다.

한 네티즌(ID lizzie73820)은 '총을 쏜 자는 미국인이었다'는 제목의 글에서 "많은 사람들이 살인자가 미국인이 아니라 영주권자인 것에 대해 마음을 놓은 것처럼 보인다"며 "그러나 그는 이 땅에 8살 때 와서 총기 소유를 찬성하며 살인을 좋아하는 폭력적인 미국 문화에서 자란 미국인"이라고 썼다. 그는 또 "그는 콜롬바인 고등학교 총기난사 사건의 범인들과 같은 미국인"이라며 "우리 스스로를 바보로 만들지 말자"는 내용의 글을 남겼다.

또 다른 네티즌(ID tandara)은 "그가 범행을 저지른 이유는 미국 사회가 그를 받아들이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그가 죽은 지금도 미국은 그를 미국인으로 받아들이기를 거부하고 있다"고 적었다. 이 밖에도 많은 네티즌이 "이 사건은 우리 모두의 책임이다"(ID tr15599)라는 등의 의견을 남겼다.

버지니아 공대 당국의 늑장 대처에 대해서도 활발한 토론이 벌어지고 있다. 한 네티즌(ID newsferret)은 "학교 당국이 늑장 대처만 하지 않았다면 대량 학살이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고 말했다. 또 다른 네티즌도(ID needtospeak) "버지니아텍 학교 당국이 잘못이 크다"고 썼다.

한편 일부 한국인 유학생들은 토론방을 통해 조승희씨와 같은 피를 가지고 있는 한국인으로서 이번 사건에 대해 유감으로 생각한다는 글을 남기고 있다. 그러나 그에 대한 미국인의 반응 역시 사과할 필요가 없다는 반응이다. 미국 네티즌들은 "누구에게도 사과할 필요 없다. 이 젊은이는 정신질환을 앓아온 것같다. 그가 적절한 치료를 받았더라면 어제같은 비극은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ID joy0420) "살인자와 우연히 국적이 같다고 해서 사과할 필요는 없다. 합리적인 사고를 하는 미국인이라면 한국인들에게 사과를 기대하지 않을 것이다. 깊은 추모와 유감의 표시는 환영하지만 사과할 필요는 없다"(ID ekotaiki) "희생자와 유족들을 위해 조의를 표한다. 하지만 사과할 필요는 없다. 나도 미국에서 태어나 자란 한국인이지만 당신과 이번 사건은 아무 관계가 없다"(ID LeoS730)는 내용의 댓글을 남겼다.

이장직.김윤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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