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승희 스토킹으로 정신과 치료도…에밀리와 관계 '안갯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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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인 자신을 포함, 33명의 목숨을 앗아간 미 캠퍼스 최악의 총기난사 사건의 동기를 밝히는 데 경찰수사가 집중되고 있는 가운데 범인 조승희(23)씨가 2005년 여학생에 대한 스토킹으로 경찰조사를 받은 사실이 확인됐다.

버지니아공대 경찰은 18일(현지시간) 기자 회견에서 "당시 2명의 여학생이 조승희의 행동과 관련해 경찰에 불만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웬델 플린첨 버지니아 공대 경비대장은 "해당 여학생들이 당시 조씨를 정식 고소하지는 않았으나 조씨는 대학징계위원회에 회부됐었다"고 덧붙였다. 조씨는 이와 관련해 정신과 치료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사실이 확인되면서 총기난사참극의 첫번째 희생자였던 에밀리 힐셔(18)와 조승희의 관계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영국 일간지 데일리 텔레그래프 인터넷판은 18일(현지시간) "버지니아공대 학살 사건에서 확인된 두 희생자 중 한명"이라며 힐셔의 얼굴사진을 공개했다. 힐셔는 16일 오전 7시15분쯤 기숙사에서 조씨의 총에 의해 목숨을 잃었다. 나머지 한명은 기숙사 도우미 라이언 클라크(22)였다.

힐셔와 클라크는 웨스트앰블러 존스톤 홀 기숙사 4층 4040호와 4042호에서 이웃해서 생활했다. 힐셔의 친구들은 "에밀리는 언제나 웃음을 주는 멋진 사람이었다"고 회상했다. 함께 사망한 클라크에 대해서도 "매우 친절하고 싹싹한 사람이었다"고 회고한다.

힐셔가 조씨의 전 여자친구인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으나 목격자들은 그 가능성을 높게 사고 있다. 범인 조씨가 여자친구와 기숙사에서 논쟁을 벌인 뒤 자기 방으로 돌아가 권총을 휴대하고 되돌아온 뒤 힐셔와 기숙사 사감인 대학원생 클라크에게 첫번째 총격을 가해 즉사케 했다는 것이다.

대만 출신의 이 대학 학생 첸 치아 하오는 대만케이블TV와의 인터뷰에서 "기숙사인 웨스트 앰블러 존스턴 홀 건물에서 두사람 간에 심한 언쟁이 있었고 그후 그녀에게 총격이 가해졌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조씨가 연인관계였던 힐셔와 언쟁을 벌인 뒤 이에 격분, 힐셔에게 총격을 가한 뒤 공학부 건물 강의실에 난입, 연쇄 총격사건을 벌인 게 아니냐는 관측이 대두되고 있다.

그러나 로스앤젤레스 타임스 인터넷판은 힐셔의 절친한 친구 헤더 호가 "내가 아는 한" 힐셔와 조승희와 무관한 사이라고 말했다고 17일 보도했다.

힐셔의 룸메이트 호는 이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힐셔의 남자친구는 따로 있었고 매우 사이가 좋았다"며 "조승희와 힐셔 사이에 아무 관계도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호는 "나는 조승희를 본 적도 없고 그의 이름도 모른다"며 "내가 아는 한 힐셔도 그를 몰랐다"고 말하고, 조승희 범행의 첫 대상이 왜 힐셔가 됐는지 "전혀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이 신문은 호의 이러한 말을 전하면서 이로 인해 조승희가 힐셔를 첫 총격 대상으로 삼은 이유와 조승희의 범행 동기가 여전히 오리무중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경찰조사 결과 조씨가 그동안 몇몇의 여성을 스토킹한 전력이 확인되면서 힐셔가 '스토킹의 희생양'이었다는 관측이 굳어지는 추세다.

조승희는 1차 범행 후 자신의 기숙사 방에 돌아가 "너 때문에 이 일을 저질렀다"는 메모를 남긴 바 있다. 경찰당국은 여러 정황상 '치정'에 연루된 사건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강혜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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