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가 「사회주의강좌」 썰렁/국제관계변화… 실용주의 바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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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수강생 줄어 폐강 잇따라/환경·생활법률 강좌 등은 “만원”
대학가 강좌에 탈이념­실용주의 바람이 불고 있다.
그동안 폭넓은 인기를 누렸던 「이데올로기론」등 이념강좌가 소련붕괴·남북한 관계 진전등 시대 흐름의 변화로 수강인원이 격감,잇따라 폐강되는가 하면 일부 과목들은 겨우 명맥만을 유지하고 있다.
이에 반해 건강·외국어·생활법률·환경등 실생활 중심의 강좌는 수강신청이 폭증,학생들이 선착순으로 줄서 「수강전쟁」까지 벌이고 있어 뚜렷한 대조를 보이고 있다.
각 대학들은 이같이 시대흐름에 따라 강좌의 인기판도가 바뀌자 새 강좌 개설에 따른 교수 확보등 대책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이념강좌=서울대는 한때 운동권뿐만 아니라 일반 학생들의 광범위한 관심을 모았던 인문대 「서양 사회경제사」의 올해 수강인원이 10명도 안되자 지난 학기 사회대의 「사회주의 경제이론」에 이어 폐강했다.
또 교양과정인 「현대사회주의분석」의 경우 지난해 3백64명이던 수강인원이 1백명 가깝게 줄었으며 「한국문학과 제3세계 문학」도 작년 1백53명에서 40명으로 격감했다.
「현대사회주의의 분석」 강의를 맡고 있는 김세균 교수(정치학)는 『강좌가 개설된후 한때 강의실이 메워질 정도로 학생들이 꽉 들어찼으나 최근 소련붕괴 등으로 인기가 시들해지고 있다』며 『그나마 학생들도 예전처럼 진지한 수강태도를 보이지 않고 흥미·호기심 차원에서 학점이나 따려고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또 상명여대의 「한국민족주의」교양강좌도 올해 14명만이 신청,폐강됐고 한국외국어대의 「사회주의 정치와 경제」는 수강희망 조사결과,인원이 적어 올해 개설조차 못했다.
건국대의 경우 90년 5백30명이 신청한 「변증법과 유물론」 강좌가 올해는 2백88명으로 줄어들었고 「이데올로기론」도 89년 신설당시에는 7개반 1천4백명이 수강했으나 올해는 3분의 1수준에 불과했다.
◇생활강좌=이념강좌가 이처럼 「몰락」하는 것과 대조적으로 환경등 실생활관련 강좌는 수강 붐을 이루고 있다.
서울대 「인간과 환경」 교양강좌의 경우 작년 2개반에 두 강좌 6백29명이 수강,「이공계에 인기강좌 없다」는 통념을 깼고 올해는 정원을 아예 제한하고 있다.
건국대의 「환경과 자연」은 90년 개설당시보다 무려 3배가 넘는 2천5백여명이 수강하고 있고 외대의 「환경오염」 등도 꾸준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성균관대는 「전산학개론」 「초급일본어」 「영어회화」 교양과정의 경우 수강하려는 학생이 정원보다 3∼5배나 몰려 선착순으로 수강신청을 받고 있는 실정이다.
또 건국대의 「식생활과 건강」은 수강인원이 작년 두배인 1천2백여명이고 상명여대의 「리드믹 에어로빅」엔 정원의 3배인 1백47명이 몰렸다.
이밖에 서강대의 「결혼준비특강」 상명여대의 「생활법률」도 정원의 3배이상 수강하고 있다.
이에 대해 서울대 교육학과 김신일 교수는 『국제조류의 변화와 함께 대학교육이 과거의 정예주의에서 탈피,보편화되는데 따른 필연적 현실』이라고 지적하고 『앞으로 다원화된 사회 분위기 속에서 학문 위주의 강좌보다 현재의 삶과 직결되는 생활강좌 선호도가 계속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오영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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