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경대문학부 박사따기 쉬워졌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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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좁은 문”으로 유명한 전통… 취득률 겨우 1.7%
『대학원에 입학은 시키지만 박사학위는 주지않는다.』
이같은 철칙으로 유명한 동경대 문학부가 문학박사 학위를 적극 수여키로 방침을 바꿨다.
『박사학위는 일생을 바쳐 학문적으로 대성한 학자에게 주는 것』이라는 전통이 메이지(명조)시대이래 동경대 문학부가 지켜온 전통이다. 그래서 동경대 문학부의 교수들중 박사학위를 가진 사람은 3명중 1명꼴이다. 전후 동경대가 대학원 박사과정 수료자에게 수여한 문학박사(과정박사)는 37명에 지나지 않는다.
이에 반해 이학부의 학위 취득은 그다지 어렵지 않다. 동경대 대학원입학자에 대한 박사학위 취득률은 의학 92%,공학 75%인데 반해 문학은 겨우 1.7%다.
그런데 최근 외국학회등에서 활약하는 학자들이 늘어나면서 이같은 전통에 대한 비판의 소리가 높아지기 시작했다. 단지 박사학위가 없다는 이유만으로 한명의 완성된 연구자로 취급받지 못하는 불유쾌한 체험을 한 사람이 많기 때문이다.
또 외국의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학자들이 학위가 없는 동경대출신을 깔보며 유리한 조건으로 타대학 교수로 가는 것을 보면서 제도개선에 대한 목소리가 커졌다. 이밖에 동경대에 유학온 외국인 학생들이 겪는 마음 고생은 말할 수 없다. 아무리 실력이 좋다 하더라도 학위가 없이 본국에 돌아가면 인정해주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동경대 문학부는 박사과정의 학생들에게 논문 작성계획을 세우도록 하고 지도교수가 논문 작성계획부터 자세히 지도하도록 하기로 했다. 또 연구의 중간보고를 하게 한뒤 일정수준에 이르렀다 싶으면 박사학위 논문을 쓰게끔 지도하기로 했다. 논문지도를 위해 전임교수도 늘리고 외국에 연구거점도 만들기로 했다.<동경=이석구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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