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추적] 북한 BDA자금 안 찾나 못 찾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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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코델타아시아(BDA) 문제가 난항을 거듭하고 있다. 2.13 합의 시한(4월 14일)을 이틀 넘긴 16일에도 제자리걸음이다. 6자회담 미국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는 전날 한.중.일 순방을 끝낸 뒤 실망 반(半), 분노 반의 감정을 드러냈다. 북한은 왜 미국이 풀어줬다는 BDA 돈 2500만 달러를 찾지 못하는 것인가. 4대 의문점을 짚어 본다.

Q:북한 BDA 돈 안 찾나, 못 찾나.

-송민순 외교통상부 장관은 최근 관훈클럽 토론회에서 "은행 돈을 움직이려면 출금.송금.입금 과정이 있다"며 "송금.입금에는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출금 과정이 문제라는 얘기다. 북측은 지난 주말 마카오에 20여 명의 실무진을 파견했다. 그래서 돈을 찾을 의지는 있으나 뜻밖의 복병을 만났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52개 계좌 예금주들의 출금 관련 서류를 제대로 내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예금주 중에는 조광무역 사장이었던 박자병처럼 세상을 뜬 사람도, 한명철 조광무역 부사장처럼 숙청당한 인물도 있다. 북측 인사들은 북한 여권과 중남미.유럽 등 제3국의 여권을 활용해 여러 개의 계좌를 튼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수기(手記)통장 방식으로 은행과 거래했다고 한다. 이들이 사망함에 따라 제3국 여권으로 개설한 계좌들의 예금주는 '가공 인물'로 둔갑하고 서명 필적조차 달라졌다. BDA가 북측의 말만 믿고 돈을 내주기 어려운 상황에 부닥쳤을 수 있다.

Q:BDA 계좌에 당정 간부의 개인 비자금도 끼어 있다는 의혹이 있는데.

-그렇게 의심하는 관측이 있다. 2005년 9월 북한 계좌 동결 이후 계좌 수는 39개에서 52개로 늘어났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그 이유를 잘 모르겠다"며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그래서 BDA 측이 정확한 계좌 실태를 몰랐거나 개인 비자금 계좌가 뒤늦게 발견됐을 가능성이 거론된다. 외교가에선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BDA 계좌를 '통치 자금 창구'로 활용했다는 의혹을 제기한다. 그 와중에 부하들도 딴 주머니(계좌)를 찼을 수 있다는 소문이 끊이지 않는다.

Q:BDA에서 나온 돈 어디로 가나.

-정부 고위 당국자는 "BDA라는 수도꼭지(예금 계좌)에서 물(돈)이 나온 뒤 물 주인은 양동이(현찰)로 받아갈 수도 있고, 호스(자금이체)를 통해 다른 곳으로 보낼 수도 있다"고 말했다. 현금 인출은 물론 제3국의 은행을 통해 자금 이체도 이뤄질 수 있다는 뜻이다. BDA는 그동안 미 재무부의 감시를 의식해 미 달러화보다 홍콩달러화.유로화 예금을 많이 취급해 왔다. 그래서 이 돈을 수표(또는 전신환)로 찾아 외환 거래가 가능한 제3의 은행을 거치는 게 필수적이다.

Q:힐 차관보는 이런 상황을 예상치 못했나.

-힐 차관보는 올 1월 베를린에서 김계관 북한 외무성 부상과 만날 당시 BDA 해결 원칙에 합의했다고 한다. 그는 당초 BDA 문제를 '기술적인 문제'로만 생각했다. 그러나 ▶BDA 측의 반발▶중국은행(BOC)의 계좌이체 거부▶불투명한 금융거래 관행 등은 상상 밖의 변수였다. 외교부 당국자는 "30여 년간 외교관 생활만 해 온 힐 차관보가 그것까지 예상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 BDA 문제=2005년 9월 미국이 BDA의 북한 계좌에 예치된 2500만 달러를 불법 자금으로 규정했다. 미 재무부가 북한 돈을 동결시키자 북한은 강력 반발했다.

이양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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