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소동벌인 유세장 횃불「깜짝쇼」/민병관 기동취재반(총선현장에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4면

14일 오후 5시30분 경남 울산시 태화강변 고수부지에서는 울산 남구에 출마한 심완구 의원의 정당연설회가 열렸다.
지지자들에게 둘러싸인 김영삼 민자당 대표가 입장해 막 연설을 시작할 무렵 연단 맞은편의 언덕바지에서 갑자기 불길이 솟아올랐다.
「김영삼,심완구」라는 글자모양으로 미리 준비한 수백개의 횃불에 젊은 당원들이 일제히 불을 붙인 것이다.
시커먼 연기가 하늘로 치솟자 횃불옆에 앉아있던 청중들은 황급히 자리를 피했고 언덕 위편의 길가에 서있던 시민들도 연기가 자욱해지자 자리를 뜨기 시작했다.
장내가 소란스러워지자 김대표도 연설을 잠시 중단,『거기 불꺼요』라고 화난듯한 표정으로 지시했다.
때마침 바람이 불면서 횃불은 잔디밭 여기저기에 옮겨붙었고 결국 주최측은 소화기까지 동원,횃불을 모두 꺼버리고 말았다.
김대표와 심후보의 이미지를 높이려던 「깜짝쇼」는 한토막 화재소동으로 끝난 것이다.
주말인데다 도심 한복판에서 열린 이날 집회는 김대표가 『울산이 생긴 이래 가장 많이 모인것 아니냐』는 자찬(?)을 할 정도로 성황이었다. 그러나 이때문에 인근 일대의 교통이 집회를 전후,심한 체증을 빚기도 했다.
「정당연설회」는 이번 총선에서 유력한 선거운동수단이 되고 있다. 무소속을 차별,「위헌」이라는 헌법재판소의 결정까지 내려졌다.
특히 각당마다 총재·대표등 핵심인사들이 반드시 참석,후보자보다 연설원이 더 부각되는 경향도 나타나고 있다.
또 이들 핵심인사들이 출신지별로 역할을 분담,지역감정을 부추기는 결과를 가져왔다는 지적도 받고 있다. 어느당 할것없이 각 당마다 전국 곳곳에서 대선을 방불케하는 유세를 벌이면서 연출하고 있는 각종 「바람몰이」작전들이 다가올 진짜 대선에서는 어떻게 번질까 지레 걱정이 앞섰다.<울산에서>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