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법 무소속차별」 위헌결정 이후(총선 초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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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사기오른 무소속 “이젠 해볼만”/“정당후보에 당한 한 풀겠다” 반격 준비/「친여」 많은 영남선 민자 “비상”
무소속 후보에게도 정당후보와 같이 개인연설회를 할 수 있도록 하고 홍보유인물의 종류와 매수에 같은 기회(총6종,매종류마다 유권자 수만큼 배포가능)를 부여하는 헌법재판소 및 중앙선관위의 결정이 나오자 선거당사자들은 이에 대한 대책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특히 무소속 후보들은 만시지탄의 감은 있으나 그동안 손과 발이 묶인채 맨주먹으로 정당공천자들과 대항했던 설움을 씻고 정면대결하겠다는 결의를 다지고 있어 선거 중반전 이후 의외의 무소속 득세가능성이 주목되고 있다.
이번 선거출마자 1천51명중 무소속은 2백25명으로 80년대 이래 최고 비율인 21.5%를 차지하고 있는 실정.
친여 무소속이 주류인 대구·경북·경남등 영남지역과 혼전양상의 대전·충남·충북지역의 무소속이 상대적으로 보다 고무받고 있으며 서울 및 호남 일부 서거구의 무소속 후보들도 「정당 후보와의 기회균등」을 최대한 활용하겠다는 입장.
민자·민주 양당 공천에서 탈락,무소속으로 출마한 유력한 후보 50여명이 이 결정으로 선거운동 공간을 크게 넓힘으로써 특히 민자당에 큰 타격을 줄것으로 분석된다.
이에 따라 영남 지역은 민자·무소속 대결양상을 더욱 드러낼 것으로 보이며 수도권·충청 등지에서는 친여기반을 갉아먹어 민주·국민당 후보들에 어부지리를 안겨줄 것으로 보여 민자당측은 대책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민주당은 텃밭인 호남에서 무소속 강자가 적어 민자당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유리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여야 수뇌부들이 분위기를 잡아갔던 지구당 창당·개편대회,당원단합대회는 물론 선거공고일 이후의 정당연설회,사랑방좌담회에 속수무책 당하기만 했던 후보자들은 헌재·중앙선관위 결정을 계기로 본격적 반격작전 수립에 나섰다.
후보자들이 가장 괴로웠던 부분은 정당후보자들의 인식공격과 흑색선전에 대해 해명할 기회가 차단됐었던 것. 그들은 고작해야 시장이나 역전광장,상가등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을 찾아다니며 소극적으로 한표를 호소할 수 밖에 없었다고 주장했다.
무소속 후보들 가운데 최강자중의 하나로 손꼽히는 대구 서갑의 정호용 후보측은 개인연설회를 통해 『노태우 대통령의 2중 플레이와 외압때문에 지난 시절 정치활동을 중도하차할 수밖에 없었던 사정을 유권자들에게 소상히 설명하겠다』고 기염을 토하고 있다.
정후보측은 15일로 예정된 합동연설회는 이질적인 유권자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자리이기 때문에 이같은 사실을 「폭로」하기는 적당치 않다고 보고 다음주중 지지 유권자들만 모인 「오붓한 모임」에서 『그동안 못다한 얘기를 공개적으로 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한 관계자는 ▲노대통령과 정후보 사이에 오갔던 밀약 ▲노대통령의 3당통합에 따른 약속 위반 ▲정후보에게 90년 보궐선거전 당시 가해졌던 비인간적인 압력부분 등의 공개를 기대하라고 귀띔했다. 충무­통영­고성에서 정순덕 의원(민자)을 위협중인 허문도씨는 16일부터 18일까지 3개군 순회 개인연설회를 대대적으로 개최할 예정이다.
각 연설회마다 약 5천명의 지지자들을 동원,김영삼 대표가 참석한 민자당 연설회에 맞먹는 대회를 열어 「허문도 바람」을 일으키겠다는 것.
김해 허·김씨 종친회나 사조직 운동으로는 전파력에 한계가 있었던 『YS를 대권후보로 모시겠다』는 선언을 지역유권자에게 분명히 하겠다는 계획이다.
허후보는 추가 2종을 배포하게될 소형 홍보물에는 『농부의 눈가에 웃음을 주는 정치』 『어부의 팔뚝에 새 힘을 주는 정치』 등의 제목을 게재한다는 방침.
포항의 허화평 후보는 『시기적으로 늦은 느낌이 있지만 나에 대한 날조·흑색선전을 유권자들에게 해명하는 귀중한 기회로 삼겠다』고 반가워했다.
그는 19만3천명이나 되는 많은 유권자들에게 자신의 소신과 과거에 대한 오해를 설명하기에는 현행 선거법이 무소속에 너무 많은 제한을 가했다고 주장하고 선거 이틀전인 22일 개인연설회를 열어 막판 선풍을 불러 일으키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DJ(김대중) 절대영향권에서 외롭게 싸우고 있는 이문옥 전 감사원감사관(광주동)도 19일 있을 김대표 참석의 민주당 정당연설회직후인 20일께 개인연설회를 열어 자신에게 쏟아지는 흑색선전을 공개반박하겠다는 계획이다.
타 후보측에서 『정권 공직차원에서 무소속으로 나왔다』 『공천신청해놓고 안될 것 같으니까 튀었다』는등 「악의에 찬」 선전에 대해 비로소 해명할 자리가 마련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서울 종로에서 출마하는 정인봉 변호사는 이번 헌재결정을 끌어낸 장본인임을 연설회를 통해 적극 홍보한다는 전략이다. 그는 무소속과 정당후보 사이의 기탁금차별도 자신이 요청한 헌재 결정을 통해 없앤 사실을 부각시켜 「서민을 위해 법을 사용하는 법률가」의 이미지로 선거전에 임한다는 자세다.<전영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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