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대배상 거부 근거없다/일 교수 신문에 「일정부 비판」 기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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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입으론 사과하며 “법따른 조치” 발뺌만/한국인뜻 반영 안된 식민법 원인무효
일본 교토(경도)대 인문학부 미즈노 나오키(수야직수·42·한국근대사 및 동아시아 관계사) 조교수는 지난달 25일자 아사히(조일)신문 기고를 통해 일본정부는 과거 일본이 한국등에 입힌 피해보상을 게을리하고 있다고 비난하면서 종군위안부문제등 현안에 임하는 일본정부는 일제 당시 저지른 잘못을 반성하고 지금까지의 잘못된 주장을 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음은 미즈노 교수의 대일정부 논박문 요약.
지난 1월 중순 미야자와 기이치(궁택희일) 일본 총리의 방한에 즈음,일본정부는 종군위안부문제등에 대한 사과는 했으나 보상문제에 대해서는 모호한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일본정부의 견해는 지난 65년의 한일기본조약에서 이들 문제가 일단락지어졌다는 것이다.
한편 북한­일 국교정상화교섭에서도 일본정부는 보상을 요구하는 북한에 대해 ▲당시 법령은 유효하며 ▲유효한 법령에 의거한 행위결과에 대해서는 피해보상에 응할 수 없다. 그러나 ▲적법하다고 볼 수없는 행위결과에 대해서는 「재산·청구권」문제로 보상하되 피해의 입증책임은 청구자측에 있다는 견해를 들어 거부해왔다.
종군위안부출신 피해자들에 대해서는 「보상」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재산청구권」의 문제로 처리하려는 것이 일본정부의 속셈이다.
그밖에 징용·징병 피해에 대한 일본정부의 견해는 당시의 유효한 법령에 의한 것이므로 보상에 응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일본정부의 견해는 과연 올바른 것인가. 일본정부의 견해가 성립되기 위해서는 몇가지 전제가 필요하다.
첫째는 한국인도 일본국적을 지녔기 때문에 일본법령을 따르는 것은 당연하다는 전제다.
한국인이 일본국적을 갖게된 것은 지난 1910년 무력에 의한 한일합방의 결과,한국이 일본의 식민지가 되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무조건 한국인이 일본국적을 갖고 있었다는 사실을 적용시키는 것은 억지논리가 아닐 수 없다.
두번째는 당시 법령이 한국인에게도,일본인에게도 같은 의미를 갖고 있었다는 전제다. 그러나 당시 한국인에게 법률을 제정하는 의회에 관여할 참정권(선거권·피선거권)이 인정되지 않았다는 사실만 보더라도 이러한 전제 역시 성립될 수 없다.
일제때 한국은 조선총독부가 발하는 명령(제령)과 일본의회가 제정한 법률(징용의 법적근거가 된 국가총동원법등)의 적용을 받고 있었다.
그러나 이 두가지 법령 모두 한국인의 의사가 전혀 반영되지 않았음은 말할 나위없다.
1941년 조선총독부가 작성한 극비문서 「내선일체의 이념 및 그 실현방책 요강」을 보면 『조선인의 「황국신민화」 정보를 보아 적당한 수준에 이를 경우 식견있고 국가관이 투철한 대표자를 양원(귀족원·중의원)에 보내는 것도 가능하다』고 명기,「황국신민화」가 충분치 못한 한국인에게는 참정권을 부여하지 않겠다는 일본의 속셈을 분명히하고 있다.
전쟁말기인 45년 3월 유화정책의 일환으로 중의원의원 선거법을 개정,한국인·대만인이라도 국세 15엔 이상을 납입한 사람에 한해 제한적인 선거권을 부여했으나 총의원수 4백66명중 한국인·대만인에게 할당된 의석수는 각각 23석,5석에 불과했고 그나마 일본의 패전으로 실시되지 못했었다.
당시 일본의 법령이 이상과 같이 불합리한 것이었음을 무시한채 사사건건 「법령」을 방패삼아 보상은 불가하다는 입장만 고집해온 일본정부의 입장은 미래지향적인 남북한과의 관계구축을 위해 반드시 수정되어야만 한다.<김국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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