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안 현지 반응] 백지화 대책위 "늦었지만 다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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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10일 '부안 원전센터 원점에서 재검토'방침을 밝힌 것과 관련, 현지에서는 "늦었지만 다행" "갈팡질팡하는 모습이 실망스럽다"는 등의 엇갈린 반응이 나왔다.

핵폐기장 백지화 범부안군민 대책위는 성명서에서 "정부가 뒤늦게나마 잘못을 인정하고 부안 군민에게 사과한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고 밝혔다. 대책위 측은 그러나 부안사태의 실질적 해결 방안이 제시되지 못한 점에 대해 유감을 표시하고, '부안군 지원 특별법'제정 방침 철회와 한국수력원자력.산업자원부 관계자의 철수, 위도 지질조사 중단 등을 촉구했다. 고영조 대변인은 "주민들의 투쟁 노력에 따른 당연한 결과"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달 들어 원전센터 찬성 활동을 활발하게 벌여온 일부 시민단체는 "원점에서 재검토는 말도 안 되는 조치"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부안지역발전협의회 김선병 회장은 "정부 발표에 배신감을 느낀다"며 "유치 찬성 운동을 계속 벌여 나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부안경제발전협의회 차용희 사무처장도 "정부가 초지일관하는 모습을 보이지 못하고 오락가락해 안타깝다"며 "유치 찬성 단체들을 모아 이달 중 대책위를 발족시키겠다"고 밝혔다. 원전센터 건립 예정지였던 위도 주민들은 정부의 발표에 곱지 않은 반응을 보였다.

찬성 주민들은 "정부가 부안 읍내 반대파들의 주장에 눌려 원전센터를 다른 지역에 넘기기 위한 절차를 밟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위도 주민 金모(56)씨는 "그동안 반대 주민들과 갈등까지 빚어가면서 찬성했는데, 위도 주민들과 대화 한번 없이 발표를 할 수 있느냐"고 흥분했다.

박석봉 위도발전협의회 위원은 "정부가 오락가락하지 말고 확고한 원칙을 보여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부안군 측은 이번 발표가 부안 원전센터 사업 백지화로 이어질까 우려하는 분위기였다.

부안군의 한 관계자는 "원전센터 문제를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방법을 통해 해결할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며 "그러나 부안군에 대한 사업 추진 배려는 반드시 이행돼야 하고, 정부가 약속한 각종 지원책도 실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강현욱 전북지사는 "정부의 발표 내용은 다른 지역에서 신청을 받기로 한 것 외에 변한 게 없다"며 "부안에서 찬반 의견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된 후 주민투표가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원전센터의 또 다른 유력 후보지로 거론되고 있는 강원도 삼척시 지역 주민들은 일단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김무호 삼척시 상공회의소장은 "오늘 오전 상임위원 회의에서 논의한 결과 부안 지역 주민들이 포기하지 않은 상태에서 원전센터 유치 여부에 대해 거론하지 않기로 의견을 모았다" 고 말했다. 삼척시 관계자도 "부안읍 주민들의 투표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어떠한 입장이나 행동을 보일 수는 없다"는 신중한 입장이다.

부안.삼척=서형식.홍창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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